여야 벼랑끝 대치로 민생입법 뒷전…2월 국회 이대로 폐업?

입력 2019-02-10 05:00  

여야 벼랑끝 대치로 민생입법 뒷전…2월 국회 이대로 폐업?
나경원·김관영, 17일까지 방미…홍영표, 국내 남아 사실상 협상 중단
상호 요구에 '수용 불가' 입장 확고…선거제 개혁 논의도 헛바퀴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슬기 기자 = 국회가 개점휴업도 아니고 숫제 폐업 상태다. 여야 벼랑 끝 대치로 2월 중하순의 임시국회 개회조차 장담할 수 없는 답답한 교착 정국이다.
야 4당이 요구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건너뛴 1월 임시국회에 이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부터 시작된 2월 임시국회 파행 국면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올해 들어 산적한 민생입법 과제 협상의 운도 띄우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가까스로 출범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정상가동이 난망하고, 올해 1월 안에 합의를 도출하기로 약속했던 선거제 개혁 논의도 여전히 헛바퀴만 돌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이들은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 등 미국 조야 인사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의원외교를 벌이고 오는 17일 귀국할 예정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당 안팎의 현안을 챙기기 위해 국내에 남기로 한 만큼 자연스레 이달 중순까지는 여야 3당 교섭단체 대표 회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야는 애초 늦어도 오는 18일 임시국회를 개회하고,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진행하는 시나리오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로선 18일 개회가 불투명하다.

조속히 임시국회를 열자는 데 반대하는 정당은 없다. 다만 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너무 크고, 서로 양보할 생각도 없어서 평행선 대치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김태우·신재민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와 청문회,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자진 사퇴 등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다른 요구를 모두 일축하고, 국정조사에 대해선 한국당 이장우·송언석 의원 등을 포함하는 국회의원 전반의 이해충돌 실태조사와 제도개선을 역제안하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정쟁을 일삼는다고 비난하고, 한국당은 민주당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야당에 백기 투항만을 강요한다고 불쾌해하는 구도여서 접점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를 두고 문 의장은 지난 7일 여야 국방위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회는 열어놓고 싸워야 한다"며 "현재 국회 모습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탄식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이튿날 여야 5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모임인 이금회 회동에서 "최근 자동차가 국회에 돌진해 불이 난 사건과 관련한 보도를 봤다"며 "국민이 그런 심정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은 여야 갈등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당이 회담과 전당대회 날짜가 겹친 데 대해 '신(新)북풍'이라 칭하자 민주당이 시대착오적이고 수구냉전적인 '고춧가루'라고 비판해 양측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이는 나경원·김관영 원내대표가 귀국한 후에도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폐업 국회에서 민생입법은 내팽개쳐진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매듭짓지 못한 유치원 3법을 비롯해 '임세원법'이라 불리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정경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등의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택시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 농가 소득 개선을 위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중점 법안으로 꼽는다.
민주당은 이밖에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제 개편을 위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2월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당은 중점 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여당이 '손혜원 국정조사' 등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한국당이 민생 파탄을 얘기하면서 정작 민생경제에 도움이 되는 법안 심사를 가로막고 있다"며 "투쟁은 투쟁대로 하더라도 국회가 처리할 것은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한국당 요구를 줄줄이 무시하고 있다"며 "국민 의혹을 해소하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2월 국회에서 특검, 청문회,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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