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오랜 관습인 '시에스타'(낮잠)를 믿고 늦은 밤까지 식사를 즐기고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늦게 하루를 시작하는 스페인 사람들은 평균 수면 시간도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짧다.
인근 다른 국가들과 근무 시간대가 맞지 않아 불편하고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등의 이유로 시에스타 폐지 움직임이 일지만, 이는 스페인 사람들의 수면 습관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스페인 사람은 평균적으로 일과를 독일인보다 90분 늦게 시작한다.
오후 4시 30분, 독일인은 일과를 마무리할 때지만 스페인 사람은 오후 업무를 위해 다시 일터로 향한다.
독일인은 오후 10시에 잠자리에 들지만, 스페인 사람은 그때야 비로소 저녁 식사를 시작한다.
밤늦게까지 깨어 있는 탓에 스페인 사람의 수면 시간이 유럽인 평균보다 약 53분 적다는 연구도 있다.
이는 낮잠 자는 관습인 시에스타 때문이다.
농경 시대 농부들이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생겨나 관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시에스타를 폐지하고 '오전 9시-오후 5시' 근무 규칙을 사회 전반에 적용하더라도 스페인 사람들의 수면 습관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페인수면협회 대변인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사벨 빌라세카 박사는 시에스타 폐지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일과 삶의 균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지 수면 부족에 대한 걱정 때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인 전 국민이 매일 오후 시에스타를 즐길 수 있다면 수면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도심에서 시에스타를 즐길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게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사람들의 이런 수면 습관에는 기후 외에도 정치적 사건도 영향을 끼쳤다.
지정학적으로 스페인의 시간대는 그리니치 표준시간(GMT)에 맞춰야 하지만, 현재 시간대는 1942년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이 아돌프 히틀러 정권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무리하게 독일과 같은 시간대를 채택하면서 정해진 것이다.
스페인 시간표의 합리화를 위한 국가위원회의 호세 루이스 카세로 회장은 "베를린과 같은 시간대에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우리가 시간대를 바꿀 수 있다면, 태양은 한 시간 일찍 뜨고 우리도 자연스럽게 기상해 한 시간 더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ng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