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떠받치는 부정한 시스템 맞서 노동자 지킬 것"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민주당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69·매사추세츠)이 9일(현지시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고 AFP·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워런 의원은 이날 보스턴 북서부 로런스에서 '모든 미국인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일성과 함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한때 방직산업이 번성했던 로런스는 미국에서 조직적인 노동운동이 처음 시작된 곳이다.
워런 의원은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부유층과 권력자들을 떠받치는 부정한 시스템에 맞서 평범한 가정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워런 의원은 "이는 우리 일생일대의 투쟁이며 꿈이 이뤄지는 미국, 모두를 위해 일하는 미국을 건설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동자 권리 보호와 공정한 급여, 의료보험제도 개선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출신으로 파산법 전문가인 워런 의원은 당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로 꼽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방의회가 설립한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미국의 금융·경제시스템의 총체적인 개혁을 호소해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워런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선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여 '트럼프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원주민 혈통이라고 주장해온 워런 의원을 겨냥해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하며 골 깊은 반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워런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민주당 내 '잠룡'들의 대선 레이스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민주당에선 워런 의원 외에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 털시 개버드(하와이) 하원의원, 줄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등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내가 종종 '포카혼타스'라고 부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오늘 대선 레이스에 합류했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의 첫 아메리카 원주민 대선 후보로 레이스를 펼칠지 지켜보자며 비꼬았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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