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中 유학생들, '반중 정서·취업난'에 시름

입력 2019-02-10 12:39  

미국 내 中 유학생들, '반중 정서·취업난'에 시름
졸업해도 '취업 비자' 발급 어려워 대학원 진학 등 선택
中 미국유학생 수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대중 강경책을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 내 중국 유학생들이 고조되는 반중 정서와 취업난으로 고심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 유학생 수는 매년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지난해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내 중국 유학생 수는 36만여 명에 달하며, 미국에서 공부하는 전체 외국인 학생의 30%를 차지한다. 중국 유학생들이 지난해 미국 경제의 성장에 420억 달러어치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국립과학위원회의 조사에서도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의 수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컴퓨터 과학과 엔지니어링 부문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로봇, 항공,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의 유학생에 대해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상하이의 교육 컨설턴트인 에릭 피시는 "무역전쟁과 정치적 환경 변화가 가져올 영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며, 미국 유학을 꿈꾸던 중국인 학생들이 생각을 바꾸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 비자를 발급받은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들도 불안감이 커지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이나 학자의 스파이 행위를 우려해 이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유학생이 졸업 후 미국 기업에 취업하는 데 필요한 비자 발급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고육지책으로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 등을 택하는 중국인 유학생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미국 명문대학에 재학 중인 한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마지막 선택지로 남겨두고 있으며, 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자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기술기업 취업에 성공한 한 중국인은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사례는 이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친구의 부모가 친구 졸업식에 참석하고자 비자를 신청했으나, 세 번이나 거절당해 결국 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인 유학생의 미국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퍼듀대학 조사 결과 2016년 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말에 부정적으로 답한 중국인 유학생은 29%에 지나지 않았으나, 불과 2년 후인 지난해 조사에서는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42%로 껑충 뛰어올랐다.
SCMP는 "미국에서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으로 돌아오길 원하는 유학생들도 늘고 있으나,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 내 취업 시장에도 한파가 불고 있다"며 "많은 중국 학생들이 이제 미국 대신 캐나다, 영국, 호주, 스위스 등으로의 유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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