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에서 경찰관이 절도 피의자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길이가 2m가 넘는 뱀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파푸아지방경찰청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했다.
소속 경찰관들이 절도 피의자의 목에 살아있는 뱀을 감아놓고 강제로 자백을 받아내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출돼 비난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달 4일 파푸아 주 자야위자야 지역 경찰서에서 촬영된 1분 20초 길이의 이 영상은 양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몸길이가 2m가 넘는 뱀에 휘감긴 현지인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찰관들은 뱀의 머리를 얼굴에 가져다 대며 "몇 차례나 휴대전화를 훔쳤냐"고 물었고, 오토바이를 이용한 날치기 혐의로 검거된 이 남성은 공포에 질린 듯 비명을 질러댔다.
토니 아난다 스와다야 자야위자야 경찰서장은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하고 타 지역으로 전보 조처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들이 사용한 뱀은 사람에게 길든 것이고 독이 없는 종류였다. 피의자에 대한 직접적인 폭행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일부 인권단체는 이번 사건이 파푸아 원주민에 대한 인도네시아 당국의 뿌리 깊은 차별의식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1969년 유엔 후원 아래 진행된 주민투표로 파푸아를 자국 영토로 편입한 인도네시아는 자바섬 등 여타 지역 주민들을 파푸아로 대거 이주시켜 원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파푸아 분리주의 단체들은 이에 반발해 수십 년째 무장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여기에는 파푸아 원주민에 대한 차별과 낙후한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취임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차별 철폐 조처와 함께 파푸아 경제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분리주의 반군은 독립운동을 잠재우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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