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끼 식사…절에서 승려 만든 두부 먹는 모임 '연포회' 인기
한국국학진흥원 '양반 식도락' 소재 웹진 담 2월호 펴내
(안동=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 "조선 시대 양반은 하루 몇 끼를 먹었을까."
한국국학진흥원이 기해년 설을 맞아 우리 전통 음식을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양반 식도락'을 소재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월호를 펴냈다.
11일 웹진 담에 따르면 사계절이 뚜렷한 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산과 평야가 어우러진 지리 환경으로 우리나라 먹을거리는 예로부터 다양하고 풍성했다.
더구나 경제적 여유가 있던 조선 시대 양반은 계절과 날씨,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음식을 찾고 즐겼다. 보통 하루에 5끼를 먹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간단한 죽 같은 것, 오전 10시께 정식 아침밥, 정오와 오후 1시 사이 국수 같은 가벼운 점심, 오후 5시 제일 화려한 저녁밥, 잠자리에 들기 전 간식으로 가벼운 음식을 먹었다.
양반 식탁에는 기본인 밥, 국과 육류, 생선류, 탕, 찌개, 전, 구이, 나물류, 김치류 따위가 다채롭게 올랐다.
하인들은 다섯 끼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동트기 전 이른 새벽부터 깜깜한 밤까지 꼬박 수고해야 했다.
한반도에는 벼보다 콩을 먼저 재배하기 시작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고구려인이 장을 잘 담근다는 기록이 나온다. 중국에서 처음 두부(豆腐)를 만들었고 고려 말 원나라에서 두부 제조법이 들어왔다.
그 뒤 우리 선현들 두부 사랑은 아주 특별했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은 두부를 소재로 많은 시를 지었고, 조선 시대 선비 또한 두부와 관련한 많은 기록을 남겼다.
'계암일록' 저자인 김령은 할아버지 김유와 저술한 한문 요리책 '수운잡방'에 두부 조리법을 상세히 기술했다.
김령은 두부를 함께 모여서 먹는 '연포회'(軟泡會)와 관련한 기록도 일기에 상세히 남겼다.
1603년 9월 28일 김령은 왕릉에서 쓰는 제사 두부를 만드는 사찰인 조포사(造泡寺)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 '명암사'에 가서 연포회를 연다.
김령이 벗들과 함께한 연포회는 산속 깊은 곳 절에 가서 승려가 요리한 따끈한 연두부탕을 먹고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고 시를 읊조리는 즐거운 모임이었다.
그러나 큰 인기를 끌던 연포회는 점차 문제를 일으킨다.
16세기만 해도 연포회는 담백한 음식인 소식(素食·고기반찬이 없는 밥)을 먹는 선비들이 산사에서 학문을 논하는 일종의 연수였고, 새우젓으로만 간을 했다.
이후 연포회가 크게 유행하며 닭을 재료로 쓰게 되었고 승려가 살생할 수 없어 참석한 젊은 선비가 닭을 잡는 상황도 벌어졌다.
연포회를 빙자해 업무를 방기한 채 산사나 능원(陵園)에서 며칠씩 노는 관리들이 있어 조정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찰 승려 처지에서는 놀고먹는 선비를 위해 연포탕 끓이는 일이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조극선(1595∼1658)의 '인재일록'(忍齋日錄)에는 승려들이 두부 만들기를 거부해 연포회가 열리지 못할 뻔한 일과 관련한 기록이 남아 있다.
17세기 후반이 되자 사적 결사 모임인 계를 조직하고 세력을 모으려는 파벌 우두머리가 생겨났다.
그 결과 평소 먹을 수 없는 쇠고기가 연포회 국물에 들어갔고 승려를 겁박해 연포탕을 끓이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1754년 음력 윤사월 7일 영조는 신하들과 사찰 연포회 문제를 거론하며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지시를 내린다.
평소에는 하루 다섯 끼를 먹고, 별미는 벗들과 함께 모여 즐긴 조선 시대 양반 식도락과 관련한 다양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다.
연포회 외에도 함께 모여 고기를 구워 먹는 모임을 '난로회'(煖爐會)라고 했다.
중국에서 들어온 난로회 풍속은 조선 후기에 급속도로 퍼졌고 심지어 궐 안에서 임금과 신하가 함께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국학진흥원은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 조선 시대 일기류 244권을 기반으로 창작 소재 4천872건을 구축해 검색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2월호 편집장을 맡은 협성대 공병훈 교수는 "사회 지위가 높고 경제 여유가 있는 양반 식도락을 당대에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존재했다"며 "상세한 기록으로 남은 양반 식도락 이야기는 역사콘텐츠 창작에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kimh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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