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책임' 언급은 여전히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동유럽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은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미 많은 조치를 했고 관련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부지런히 일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분명하다. 추가 정보를 입수하면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공화·민주당 상원의원 22명은 지난해 10월 인권 유린에 대한 제재 촉구법인 '매그니츠키법'을 발동해 행정부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조사하고 특히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살해 지시 여부를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상원의원들은 이달 8일까지 조사 결과를 상원 외교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보고하지 않고 있다.
다만,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8일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공개적인 조사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서한에 "살해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인 17명을 제재했으며, 철저하고 투명하며 시기적절한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적었으나 빈 살만 왕세자의 책임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살인 은폐를 돕는 것"이라며 "미국의 도덕성이 파탄 수준으로 떨어져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노골적으로 이 사건에 눈을 감았으며, CIA가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살해를 지시했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거주하며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됐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게재해온 점을 토대로 국제사회는 사우디 왕실의 개입을 의심했으나 사우디는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사건 현장 음성 파일 등 증거들이 나오면서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의 귀국을 설득하려고 터키에 파견된 현장 팀장이 살해를 지시했다고 말을 바꿨고, 사우디 검찰은 현장 책임자 등 11명을 기소해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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