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정보과장·계장, 서로 책임 넘기며 혐의 부인…"노조의 회유·압박"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 씨의 '시신 탈취'를 돕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들이 법정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전직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A씨와 정보계장 B씨의 변호인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삼성 측으로부터 장례 절차와 관련한 부탁을 받지도 않았고, 구체적으로 B씨가 유족 등을 설득하는 데 관여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 측은 당시 시신 탈취 과정은 대부분 휘하 정보계장인 B씨가 서울을 오가며 직접 한 일로, A씨는 지시를 내린 바가 없거나 내렸더라도 위법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상황이 끝난 뒤 삼성 측으로부터 1천만원의 돈을 받은 것도 B씨이고, 이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B씨 측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경찰로서 적절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피고인도 후회하고 있지만, 직무 관련성이 있어 죄가 되는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의 변호인은 "직무 관련성이 있다 하더라도, 상명하복의 지휘체계에서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것뿐"이라며 반대로 A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B씨의 변호인은 "이 일은 장례 방식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염씨의 부친이 가족장을 하기로 했음에도, 노동조합장을 치러 투쟁 동력을 확보하려 한 노조가 부친을 회유·압박하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당시 경찰관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노조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제와 경찰이 시신을 탈취하는 데 가담했다는 공소를 제기한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2014년 5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이던 염씨가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삼성 측에서 유서 내용과 달리 노동조합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염씨 부친을 설득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노조는 유족 동의를 얻어 노동조합장을 치르기로 하고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으나, 삼성 측에서 6억3천여만원을 받고 설득된 부친이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노조가 염씨 부친을 설득하는 사이 경찰이 장례식장에 긴급 투입돼 노조원들을 진압했고, 염씨 시신은 부산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노조 간부들은 장례식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휘하 경찰관들에게 협상을 돕고 허위 112 신고나 허위공문서 작성 등을 하도록 지시했고, B씨는 브로커와 함께 염씨 부친을 설득하고 직접 삼성 측이 제공한 합의금을 배달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후 삼성 측에서 두 사람에게 B씨를 통해 감사 인사 명목으로 1천만원을 제공한 정황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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