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립해양박물관·해양자연사박물관·어촌민속관 관리 엉망
오작동·파손 체험시설 방치 등 불편 지적에 "예산 집행해 보수하겠다"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엄마, 이거 아무리 해도 안 움직여!"
지난 주말 유치원생인 아들을 데리고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을 찾은 강모(32·여)씨는 이런 푸념을 계속 들어야 했다.
박물관 3층 체험용 요트 앞에는 강씨 가족을 비롯해 어린이와 부모가 줄까지 서가며 차례를 기다렸지만, 4대 중 2대는 사실상 체험 불가 상태였다.
체험용 요트는 로프를 감아 돛을 올리는 윈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돌리는 게 2대, 요트에 앉아 방향키인 러더를 잡고 좌우로 움직이는 게 2대다.
체험용 요트는 대형 화면을 보면서 요트를 조종하는 것으로 평소에도 인기가 많아 어린이들이 몰리는 장소다.
그런데 윈치는 왼쪽 손잡이를 잡은 채 360도 회전이 불가했고, 그 옆 요트 1대는 러더를 아무리 움직여도 화면 속 요트 방향이 바뀌지 않아 '실패'라는 경고창만 계속 떴다.
강씨는 "아무리 무료입장인 박물관이고 체험시설도 무료지만, 작동되지도 않는 것을 고치지 않고 안내문도 없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관람객들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층 터널형 수족관 아래 유리 바닥은 표면이 너무 닳은 탓인지 그 아래 물고기 등을 제대로 관찰하기 어렵다.
이 밖에 두툽상어, 조개, 멍게, 키조개 등 다양한 수중 생물을 만져볼 수 있던 '터치풀'도 인기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조개와 소라 껍데기, 산호 등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졌다.
터치풀 윗부분에는 실제로 전시하고 있지도 않은 수중 생물이 있다는 안내판이 그대로 붙어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올해 전면적인 박물관 개보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무료로 운영하는 동래구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1관 4층 파충류관은 유리창 아랫부분이 낡은 탓인지 뿌옇게 변해 키가 작은 어린이는 어른 도움 없이 내부를 볼 수가 없다.
악어를 보고 왔다는 한 관람객은 최근 박물관 홈페이지에 "시멘트 바닥에 물만 흐르고 생물 한 마리 가둬놓고 그게 끝"이라며 "너무 관리도 안 되고 잔인하다"고 썼다.
이어 "관람하는 어린이들도 '(악어가)죽었는지 살았는지 불쌍하다'고 한다"며 "시설이 너무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북구 부산어촌민속관 2층 전시실에는 물고기 그림 등을 배경으로 퍼즐을 맞추거나 좌우로 돋보기를 움직여 물고기 소개를 보는 체험시설이 8곳 있는데 키 높이 발판이 4개뿐이다.
선박 조타실을 재현한 체험시설도 있는데 '파도소리', '통통 뱃소리', '뱃고동 소리' 등 버튼을 눌러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이 체험시설 중 일부 장치는 단단한 전선 끝부분이 끊어진 채 방치돼 어린이들이 부상 위험에 놓여있다.
시 관계자는 "관람에 불편이 없도록 관련 예산을 집행해 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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