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작가 황규백 개인전…"끝없이 행복 주는 게 그림"

입력 2019-02-12 15:19  

원로작가 황규백 개인전…"끝없이 행복 주는 게 그림"
가나아트센터서 서정적·몽환적 신작 회화 20여점 공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회고전을 연 원로작가 황규백(87)은 당시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좋은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 말처럼 황규백의 작품은 밝고 서정적이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시인 이해인과 김재진이 지친 이를 위로하기 위해 펴낸 에세이에 작품이 실리기도 했다.
14일부터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4년 만에 개인전을 개최하는 황규백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행복론을 화제로 이야기를 했다. 아흔을 바라보는 작가에게 미술은 작품을 만드는 행동도, 감상하는 행위도 모두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나이치고는 비교적 건강합니다. 그림으로 살다 그림으로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음식이나 좋은 경치처럼 끝없이 행복을 주는 것이 그림입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추상화를 그리다 1968년 프랑스로 건너간 작가는 전통적 판화 기법인 메조틴트를 익혔다. 메조틴트는 섬세하고 예리한 선으로 사물을 묘사하고 명암을 나타내는 판화다.
판화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유수의 국제 판화 비엔날레에서 수상한 그는 2000년 고국으로 돌아와 장르를 회화로 바꿨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신작 20여점도 모두 회화다.



그는 "판화는 체력 소모가 심해서 회화로 옮겼다"며 "회화는 판화와 비교하면 그리고 싶은 사물을 뜻대로 마음대로 충실하게 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화 작업할 때보다 즐기면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작품을 만들었다"며 "이번에 선보이는 그림은 대체로 큰데, 열정을 쏟아 제작했다"고 역설했다.
출품작에는 바이올린, 오리, 우산, 시계, 바위, 해와 달 같은 사물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지난해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소재로 한 그림도 있다. 분위기는 여전히 화사하고 몽환적이다.
남부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주택을 그린 작품도 여럿이다. 삼각형 지붕을 얹은 집을 한가운데에 커다랗게 그리고, 배경에는 푸른 하늘과 녹지를 담았다.
작가는 이 작품 연작에 특히 애착이 간다면서 "프랑스에서 미국 뉴욕으로 넘어가 판화 작업을 할 때 손수건을 펴서 하늘을 보고는 소름이 돋은 적이 있는데, 집 그림을 그리면서 이런 경험을 또 했다"고 털어놨다.
"특정한 풍경을 보고 그린 것은 아닙니다. 집을 하나 그리고, 창문과 커튼을 표현했어요. 그런데 그림이 좋더라고요. 내 방에 걸어두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적 오브제를 활용한 그의 작품은 현실적인 듯하면서도 비현실적이다. 20세기 초반에 서구에서 유행한 초현실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황규백이 구현한 '상상의 세계'는 무의식의 표현이 아닌 옛 기억을 불러내는 통로다.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 초대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다만 그 기억과 감상은 보는 이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작품 속 집을 예로 들어 "보통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다"라며 "수도자가 거주하는 신성하고 특별한 공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바위 위에 놓인 등불과 장미에 대해서는 "지난 밤 연인이 나눈 대화 같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림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만큼 관객이 직접 보고 즐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문의 ☎ 02-720-1020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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