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3월 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대학살의 신' 출연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각박한 세상에 코미디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대학살의 신'은 그런 연극입니다."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미셸' 역을 맡아 오랜만에 국내 팬들을 만나는 송일국은 12일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대학살의 신'을 설명했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인 '대학살의 신'은 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렬하게 꼬집은 블랙 코미디다.
2017년 이 연극에서 호흡을 맞춘 남경주·최정원·송일국·이지하가 동일 캐스팅으로 16일부터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다시 공연한다.
이번 연극에서 송일국은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공처가이자, 중립을 지키는 평화주의자 '미셸'로 분한다.
송일국은 "경험이 많은 대선배들과 공연하려니 따라가기 벅차지만, 한편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며 "연출님이 기대가 커졌는지 디테일한 부분에 요구 사항이 많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운관에서는 베테랑인 그이지만, 연극 작품은 '나는 너다' 이후 두 번째다.
발성, 움직임, 기본적인 손놀림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는 연극 작품은 그에게 도전이지만 연기를 배울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송일국은 "네명 중 막낸데 선배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고, 앞으로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로 잘 맞는다"며 "특히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이지하 선배가 중심을 잘 잡아주신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싸우는 장면이 많은데 첫 공연 때는 그저 소리만 지르다 끝난 것 같다"며 "싸움 안에서도 기복이 있으니 이번 공연 때는 싸우는 중에도 수많은 감정 기복을 넣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극 첫 공연 후 프랑스에서 1년여간 시간을 보낸 그는 "실제 연극의 배경이 된 장소들을 다 찾아가 봤다"고 회상했다.
연기에 대한 갈망은 컸지만, 가족들과 모처럼 제대로 함께 보낸 시간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가 결혼한 지 10년 된 해였는데, 프랑스에 가기 전까지는 서로 바빠 아내와 큰 소리 낼 일이 없었어요. 파리에서는 24시간 같이 생활하니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그때 느낀 것들이 부부 관계를 연기하는 이번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이번 연극은 놀이터에서 두 소년이 싸우다가 한명이 다른 한명을 다치게 해 부모들끼리 만나면서 시작된다.
고상하게 시작된 이들의 만남은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이어지고 결국 삿대질, 물건 던지기, 눈물 섞인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다.
중산층 가정의 거실을 배경으로 무대 전환이나 배우들의 등장 및 퇴장도 거의 없지만, 1시간 반 동안 이들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대사는 관객들을 쉴 틈 없이 배꼽 잡게 한다.
송일국은 "일반적인 코미디에서는 관객들이 똑같은 포인트에서 웃는데 이번 연극은 4명의 캐릭터가 다 달라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도 다르다"며 "대놓고 웃음 코드를 넣기보다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부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우리 넷은 극 중 역할들이 기 싸움을 하는 것처럼 서로 불꽃 튀는 연기 경쟁을 한다"며 "작품 곳곳에 숨겨진 묘사와 감춰진 장치들이 많으니 연극을 보시면서 찾는 묘미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16일 개막하지만, 벌써 매진되는 공연이 있을 정도로 '대학살의 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송일국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면서도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2017년 공연 관객이 정말 많이 웃어주셔서 배우 4명이 다 놀랐습니다.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응원해주시고 관심 보내주시는 분들을 위해 좋은 연기, 재밌는 연극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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