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이상 문장·표현까지 똑같은 '발췌번역 표절'
※ 편집자주 =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은 2019년 1월 중순에 배철현 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표절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데 이어, 연합뉴스 디자인팀과 협업해 의혹의 실태를 시각적으로 상세히 보여 주는 [탐사 내시경] 인터랙티브 그래픽을 준비했습니다.
이 그래픽은 연합뉴스 사이트에 마련된 특별 페이지(https://www.yna.co.kr/sp/investigative/page-40 [https://www.yna.co.kr/sp/investigative/page-40])에서 페이지를 넘겨 가며 볼 수 있습니다.
배 전 교수의 역주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와 그 원문으로 추정되는 영어책들의 내용을 문장 단위로 상세히 분석하고 비교 결과를 영한대역 방식으로 제시해, 독자들이 표절 의혹의 실태를 직접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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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는 올해 1월 9일자로 배철현 종교학과 교수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작년 12월 초 페이스북 그룹 '신학서적 표절반대'에서 배 전 교수의 역주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와 다수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된지 한달여만이었으나, 서울대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사표를 수리해 '면죄부' 논란이 일었다.
올해 1월 중순 배철현 전 교수의 표절 의혹을 다룬 연합뉴스의 보도가 나오자 그의 학술서들을 낸 한님성서연구소가 절판 조처를 발표했고, 배 전 교수가 2대 원장으로 있던 재단법인 두양문화재단의 인문·과학·예술 아카데미 '건명원'은 그의 원장직과 강사직을 정지키로 결정했다.
이어 1월 하순에는 배 전 교수의 표절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신학서적 표절반대' 운영자 이성하 원주 가현침례교회 목사가 서울대에 공식으로 제보를 접수했고 2월 초에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
이에 따라 배 전 교수의 역주서 1권과 논문 15편의 표절 의혹이 서울대에 공식 제보로 접수돼 계류중이다. 서울대는 조사에 착수할지 여부를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탐사보도팀과 디자인팀은 배 전 교수의 유일한 학술연구 단행본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가톨릭출판사, 제1쇄 2001년, 제2쇄 2005년)에 대해 제기된 표절의혹의 진위를 독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그래픽을 제작했다.
그래픽은 배 전 교수 책에 나오는 문장과 그에 대응하는 영문 책의 문장을 영한대역 방식으로 나란히 보여 준다.
분석 결과 배 전 교수의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는 추출된 샘플의 90% 이상이 문장 단위까지 명확한 영어 원문 추적이 가능할 정도로 노골적인 표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이 원문을 찾을 수 있었던 것만 따진 것이다.
다만 배 전 교수 책의 전체 내용을 공개할 경우 이 책이나 그 원본으로 추정되는 영문 책들의 저작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정해진 간격대로 엄격히 샘플을 추출하는 '등간격 표집' 방식 위주로 일부분만 공개키로 했다. 표절 의혹이 짙은 곳만 골라서 검증하는 '표적 검증'이 아니라, 무작위와 마찬가지로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잡은 것이다.
독자들은 연합뉴스 사이트에 마련된 특별 페이지(https://www.yna.co.kr/sp/investigative/page-40 [https://www.yna.co.kr/sp/investigative/page-40])에 있는 그래픽을 보면서 의혹 내용과 검증 결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는 이 그래픽을 제작한 후 독자들에게 공개하기 전에 배철현 전 교수에게 이메일과 휴대전화 메시지로 이를 볼 수 있는 링크를 보내 주고 반론을 받으려고 시도했으나, 2주간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탐사보도팀 임화섭 오예진 김예나 기자)
solatido@yna.co.kr, ohyes@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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