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트럼프 정부는 극단주의 갱단…원조는 개입 명분"

입력 2019-02-13 02:13  

마두로 "트럼프 정부는 극단주의 갱단…원조는 개입 명분"
BBC 인터뷰서 "원조는 가식…美, 극우 이익 위한 정치전쟁 도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야권과 미국을 위시한 주요 서방국들의 퇴진 압력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극단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영국 B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극단주의자 갱단'(gang of extremists)이라고 규정하고 자국이 겪는 위기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들(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장악하기 위해 전쟁을 도발하고 있다"면서 "인도주의적 원조는 미국의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구호물품의 국내 반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이것(원조 제공)은 가식의 일부"라면서 "이 때문에 우리는 존엄성을 가지고 그들(미국)에게 부스러기, 독성이 있는 음식, 남은 것들을 원치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베네수엘라 여야는 지난 7일 미국이 지원한 2천만 달러 상당의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 100t을 두고 정면 대립하고 있다.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마두로 정권은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경 다리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구호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8일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 전복을 위해 기획되고 구경거리에 불과한 국제사회의 가짜 인도주의 원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마두로는 당시에 "그들(미국)은 (제재로) 우리 목을 조르면서 우리가 빵 부스러기를 구걸하도록 만든다"며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소량의 원조를 제공하면서 100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 자산과 수입을 막기 위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비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미국을 향해 맹공을 이어갔다.
그는 "백악관의 극단주의자 그룹이 강력한 전 세계 여론에 의해 패배하기를 희망한다"며 "이것은 미 제국과 백악관을 장악한 KKK(큐 클럭스 클랜·백인 우월주의 결사단) 등 극우의 이익을 위한 정치전쟁"이라고 주장했다.
마두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믿느냐'는 질문에 "그(트럼프)는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밝혀왔다)"라면서 "그들은 오직 자기들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만을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증오하고 경시한다"고 답변했다.
베네수엘라는 과이도 의장이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작년 5월에 치러진 대선이 주요 야권 후보의 가택연금 등으로 불공정하게 치러졌다는 이유를 들어 스스로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이후 극도의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주요국, 중남미 우파 국가 등 40여 개국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러시아, 중국, 쿠바 등은 마두로 대통령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자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석유산업을 옥죄기 위한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같은 달 30일에 은행·금융업체와 중개·무역업체 등에 베네수엘라산 금이나 원유 등을 거래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마두로는 작년에 치러진 대선을 다시 실시하라는 야권과 서방 주요국의 요구에 대해서는 "선거를 반복하라는 논리와 이유가 뭐냐"고 되물으면서 "그들(미국과 서방 주요국)은 아무도 선출하지 않은 정부를 내세우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재선거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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