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이상재가 보관한 외교자료, 130년만에 빛 보다

입력 2019-02-13 09:08   수정 2019-02-13 10:54

독립운동가 이상재가 보관한 외교자료, 130년만에 빛 보다
종손 이상구 씨, '미국공사왕복수록' 등 8건 국립고궁박물관 기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임명돼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과 함께 1888년 미국에 간 독립운동가 월남(月南) 이상재(1850∼1927)가 간직한 외교활동 관련 문서들이 약 13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문화재청은 이상재 종손인 이상구(74) 씨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보관해 온 '미국공사왕복수록'(美國公私往復隨錄), '미국서간'(美國書簡) 등 옛 문헌과 사진 8건을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상재 유품인 기증 유물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박물관으로 개관한 미국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공사를 하던 중 건물과 관련된 고증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확인됐다.
충남 서천 출신인 이상재는 1881년 일본 신사유람단장을 맡은 박정양을 수행했고, 이후 미국행도 함께했다. 그는 1888년 1월 미국에 도착해 그해 11월 청의 압력으로 귀국했으나, 주미공사관 개설을 위해 힘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기증 유물은 대부분 이때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미국공사왕복수록과 미국서간은 학계에 처음 소개되는 자료로, 조선과 미국의 외교 현안을 비롯해 공사관 운영 상황과 공관원 활동상이 상세히 기록됐다.
미국공사왕복수록은 공관원 업무편람이라고 할 만한 자료다. 특히 미국 뉴욕 법관 '딸능돈' 등이 1888년 조선기계주식회사를 설립해 철로, 양수기, 가스등 설치를 제안하면서 작성한 규약과 약정서 초안이 주목된다.
규약은 "우리가 철로를 조선 경성 제물포 사이에 설치하는데, 무릇 해당 개설 도로와 역사 건축 부지의 토지는 특별히 정부에서 면세를 허용할 일"로 시작하는데, 조선과 미국 간 철도 부설 논의가 경인선이 완공된 1899년보다 10여 년 앞선 시점에도 이뤄졌음을 알려준다.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경인선은 조선이 1896년 미국인 모스에게 부설권을 허가하고, 모스가 이듬해 5월 부설권을 넘겼다고 알려졌다"며 "미국공사왕복수록을 통해 조선이 1880년대에도 미국과 철도 부설을 논의했고, 관련 계약서 조문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미국공사왕복수록에는 1883년 체스터 아서 미국 대통령이 루시우스 푸트 초대 주한공사를 파견하며 고종에게 건넨 외교문서, 박정양이 미국 정부·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서, 조선이 주미공사관을 통해 추진한 사업 관련 문서, 독일공사관·일본공사관 관련 문서도 수록됐다.



미국서간은 이상재가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임명된 1887년 8월부터 1889년 1월까지 작성한 편지 38통을 묶은 사료다. 서간은 대부분 집안일에 관한 내용이지만, 공사관 운영 실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예컨대 "미국 풍속은 민(民)을 주권으로 삼는다. 소위 군주는 4년마다 교체되고, 인민이 회의해서 차출한다. 그러므로 군주는 권한이 없고, 오로지 민의를 주로 삼을 뿐이다"라거나 "공관은 매년 임대료를 780원씩으로 정하고 입주하였다. 관내의 일용 집기는 1천 5백여 원으로 구입해두었다. 조·석반은 관내에서 지어 먹는다"고 적었다.
또 "소위 미국 물정은 이곳에 온 이후 언어와 문자가 모두 통하지 않아서 듣거나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두 자료 이외에 박정양이 남긴 서양견문록인 '미행일기' 초록으로 추정되는 문헌과 공사관 재직 시 업무메모, 이상재가 세상을 떠난 뒤 생애와 업적을 정리한 책인 '월남 이상재'도 박물관에 기증됐다.
워싱턴에서 촬영한 이상재 사진, 이하영 서리공사 사진과 공사관원 강진회로 추정되는 사진도 함께 전달됐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이상재 유품은 19세기 후반 조선의 대미활동을 생생하게 알려준다"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련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공사관원들이 직접 기록한 자료가 발굴돼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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