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 주간 워싱턴서 채무 협상"…경쟁자 과이도, 中에 구애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베네수엘라의 현직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결 구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야권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로 알려져 있던 중국이 서방의 강력한 압력에 위험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두 사람의 힘의 균형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중국 외교관들이 최근 수 주간 미국 워싱턴에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쪽 사람들과 채무 관련 협상을 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중국이 자국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과이도 측과 대화에 나섰다며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들의 장래를 우려하고 있으며 받을 돈만 거의 200억 달러(22조5천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으로 알려진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해 대선을 둘러싼 불법 선거 논쟁이 벌어지면서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의장 지지세력이 갈려 대립하고 있다.
이들의 대립은 마두로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고, 과이도 의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에서 강대국 사이 대리전 성격마저 띠고 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베네수엘라 야권과의 접촉설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수주 간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관계 당사자들이 해결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의 모든 당사자와 다양한 방법으로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든 중국과 베네수엘라 간 협력이 약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이도 의장 또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구애하고 있다.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고 있는 과이도 의장은 앞서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이도 의장은 또 자국의 정치적 변화는 경제개혁를 선도, 안정을 회복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육군대학원(USAWC)의 R. 에번 엘리스는 "중국은 정권교체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새로운 정권과 나쁜 관계를 원치 않는다"며 "그들이 안정을 선호하는 만큼 한쪽에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WSJ에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 및 러시아와 지난 20년 간 석유-차관 거래를 통해 안정을 이뤄왔으며, 특히 마두로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정권 하에서는 쿠바와 이란, 심지어 인도와도 관계를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2013년 마두로 취임 이후 이들 나라와의 상업 및 금융 관계가 틀어졌고, 부패가 만연하고 관리마저 부실해져 석유생산마저 곤두박질치면서 경제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수입원을 옥죄면서 마두로의 어려움을 가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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