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징계 결론 못 내며 우왕좌왕…컨트롤타워 부재 탓 분석도
의원 징계 놓고 당내 찬반 팽팽…김병준, 논란 진화에 '진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이슬기 이동환 기자 = 자유한국당이 당내 일부 의원의 '5·18 모독' 논란과 관련, 이렇다 할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공식 사과한 데 이어 13일 논란 당사자인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징계 여부를 논의할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윤리위가 이들 세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둘러싼 위원들의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해 뒷북 대처라는 비난 속에 우유부단한 리더십 논란까지 겹친 형국이다.
한국당은 14일 오전 7시 30분 강남 모처에서 다시 윤리위를 개최하는 데 이어 오전 9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윤리위 결정 사항을 의결하고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국당이 솜방망이 징계로 '면죄부'를 주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가 위기 수습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주 뒤 개최되는 2·27 전당대회 직후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5·18 단체 면담에서 해당 의원들의 거취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자체 징계에 대해 "기다려달라"고 했고, 국회 차원의 의원직 제명 동참 여부에 대해선 "제가 이 자리에서 쉽게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원내사령탑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현재 국회 대표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중이다.
한국당 투톱이 사실상 책임 있는 지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또한 당내에선 이들 의원의 징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당직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2·27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이 문제를 윤리위에서 다루는 것 자체가 논란거리"라며 "여론에 밀려 인민재판식으로 처리하면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관계자는 "윤리위 소집 전에 당내 총의를 모으는 절차가 있어야 했다"며 "물론 세 의원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징계 대상자로서 직접 구두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의원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정서에 반하는 언행으로 당을 위기에 몰아넣은 만큼 윤리위에서 신속하게 중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한국당이 자칫 '극우', '태극기세력'으로 각인될 수 있으므로 여론 전환을 위해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문제로 태극기 결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며 "아무리 매정하더라도 김순례·이종명 의원을 잘라내 국민적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역사적 진실의 왜곡 수준을 넘어 나치즘 찬양과 똑같은 수준"이라며 "당이 극우로 간다는 인상을 심어준 만큼 출당과 같은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5·18 관련 단체가 한국당을 항의 방문하자 "광주 시민들과 희생자, 유가족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송구스럽다", "깊은 유감과 사과 말씀드린다"며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