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 염분·미네랄 넣고 '박테리아' 투입…기간도 절반으로
'쫄깃한 식감에 단맛' 호평, 사철 출하 가능 '사업성 우수' 평가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의 한 정수업체가 고급 횟감으로 인기가 높은 자주복을 바다 양식 기간의 절반, 육지 양식 비용의 3분의 1에 민물로 양식하는데 성공했다.
12일 NHK에 따르면 시가(滋賀)현 소재 정수업체 윌스테이지는 최근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琵琶)호 물로 양식한 자주복을 출하, "쫄깃한 식감과 단맛이 일품"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교토(京都)의 유명 사찰 뵤도인(平等院)의 연못과 도쿄(東京)에 있는 왕궁 해자의 수질정화 등을 맡고 있는 이 업체는 동종업계에서 정수기술이 좋기로 소문이 나있다.
이 회사 오타니 히로시大谷洋士) 대표는 정수기술을 환경보전 이외의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으로 '물고기 양식'에 착안했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이 세계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오염된 바다와 격리된 물고기 양식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자주복 양식에 도전했다. "이왕 양식할 거면 부가가치가 높은 물고기를, 그중에서도 수질 변화에 약해 양식이 어려운 복어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비와호 물을 정수한 수돗물로 어떻게 바닷고기인 복어를 양식할까.
먼저 바닷물의 성분에 가깝게 하기 위해 수돗물에 미네랄과 염분을 섞는다.
이어 이 회사 수질정화 기술의 핵심인 박테리아를 투입한다. 수조의 물은 물고기 배설물과 각종 침전물로 수질이 악화한다. 수질악화를 막기 위해 보통은 물을 갈아준다. 그러나 수온과 산소량 등을 꼼꼼하게 조절하는 독자적인 노하우로 박테리아가 활동하기 쉽게 해주면 물고기에게 유해한 물질과 침전물을 이들 박테리아가 먹고 분해해 양호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
10여년에 걸쳐 개발한 노하우를 복어를 넣은 수조에 적용하자 적조나 악천후 등의 영향도 없어 바다 양식에 비해 절반 정도인 불과 1년만에 치어가 성어로 자랐다.
수조속으로 배출되는 복어의 분뇨도 박테리아가 확실하게 분해하기 때문에 물을 갈아줄 필요도 없다. 자연 증발한 만큼의 수돗물만 보충해 주면 된다. 오염된 물 배출로 주변환경이 오염될 염려도 없다. 당연히 양식에 드는 비용도 줄어든다. 회사 측은 기존 육상양식장 비용의 3분의 1 정도에 양식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업체는 양식 수조 수를 늘리는 등 본격적인 사업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교토에 있는 일본식당으로 은행장 등 지역 유지들을 초청해 민물양식 복어회 시식회를 열었다. 회를 먹어본 참가자들은 모두 탄복했다. 시식회에 참가한 다카하시 쇼지(高橋祥二) 시가은행장은 "단맛이 나고 쫄깃한 식감에 감탄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복어철인 겨울이 아니더라도 출하가 가능해 사업성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오타니 사장은 독자적인 수질정화 기술의 강점을 활용해 수요가 많은 시가현 인근의 대도시 지역에 신선한 복어를 출하한다는 계획이다. 음식점, 호텔 등과 제휴해 장차 복어가 헤엄치는 수조를 그대로 배달하는 '통째 출하'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새우와 전복 등 복어 이외의 고급 해산물 양식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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