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동결하고 '인내' 강조…日·유럽 초저금리 탈출 못해
"자산매입 정례화·물가상승률 목표조정으로 정책 여지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아예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음번 경기침체에 대응할 정책 수단이 부족한 상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완전히 정상화하기도 전에 경기 둔화 우려로 인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막상 불황이 닥쳤을 때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2.25∼2.5%로 동결하면서 '인내'를 강조해 연준의 금리 인상 주기가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키웠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핌코·PIMCO)의 티퍼니 와일딩은 블로그에 "많은 연준 인사들은 현재의 연방기금 금리가 이번 주기의 최종 금리 수준일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이들 대부분이 종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2015년부터 9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말보다 1.75%포인트 낮다.
그나마 연준은 상황이 비교적 나은 편이다. 제로 수준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는 2%포인트 이상 인상했고 그동안 양적완화(QE)를 통해 매입했던 채권도 상당 부분 매각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위기 직전 4%였던 기준금리를 남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제로(0)까지 끌어내린 후 한 차례도 올리지 못했고 자산매입 프로그램도 지난해 말에야 겨우 종료했다.
일본도 마이너스 금리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런 험난한 환경 속에서 연준은 올해 향후 정책적 골조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연준은 오는 6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연준의 정책 전략과 수단,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을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가 지목한 핵심 관전 포인트는 경기 둔화가 닥치기 전에 연준이 전략을 재가동할 시간이 충분한가, 연준이 정말 금리 인상 주기의 끝물에 다다랐다고 여기는가 등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1950년 이후 미국, 영국, 독일, 유로존 경제를 분석한 결과 22차례 경기침체 가운데 정책금리가 정점을 찍고 나서 1∼3개 분기가 지난 시점에 경기침체가 닥친 경우가 12차례에 달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제로 금리'까지 내려온 긴급상황뿐 아니라 더 일상적인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핌코의 와일딩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종종 개진했던 의견처럼 물가목표 제 방식을 조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물가목표를 경직적으로 운용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물가가 목표를 상회하는 것을 허용하는 금리 변동의 여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와일딩은 "정책결정자들은 금리를 인상할 여지를 더 만들어낼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며 "기대 인플레를 높이거나 연준의 장기 목표 수준에 머물도록 함으로써 명목 금리를 더 올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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