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위원회 "한국 교사·공무원 정치활동 제한, 협약 위반"

입력 2019-02-13 16:42  

ILO 위원회 "한국 교사·공무원 정치활동 제한, 협약 위반"
전문가 위원회 보고서…국가공무원법 제65조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제노동기구(ILO) 산하 전문가 위원회가 한국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제한을 '차별'로 간주하고 이를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13일 고용노동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따르면 ILO 산하 협약·권고 적용 전문가 위원회(CEACR)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정치활동에 관여한 교사에 대한 징계는 ILO 111호 협약에 위배되는 것으로, 정치적 견해에 따른 차별"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는 유치원과 초·중등 교사가 수업과 상관없이 교실과 학교 밖에서 하는 행위에 관해 ILO 협약에 따라 정치적 견해에 따른 차별로부터 보호를 받도록 하고 교사가 이를 이유로 징계를 받지 않도록 조치를 할 것을 거듭 요구한다"고 부연했다.
CEACR은 한국 정부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데 대해서도 "정치활동의 제한이 특정 직업에 대해 정당화되려면 그 제한이 좁은 범위의 직종에 한정돼야 하며 공공 부문 전체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는 정치활동의 금지를 특정 직위에 한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정치활동의 제한이 적용될 공공 부문 직종의 목록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CEACR은 한국 정부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로 국가공무원법 제65조에 주목했다. 이 조항은 교육공무원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사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이 정당을 포함한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고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투표 권유, 서명 운동, 문서 게시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CEACR은 "정치적 견해에 따른 차별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은 기존 정치적 원칙과 의견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는 활동에 대한 보호를 포함한다"며 "이는 정치적 소속에 따른 차별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CEACR 보고서는 해마다 열리는 ILO 총회에서 기준 적용 위원회(CAS) 심의 자료로 쓰인다. CEACR 보고서에 거론된 모든 사례가 CAS 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ILO 산하 위원회가 한국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제한을 문제로 거론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에는 CAS가 한국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제한이 ILO 111호 협약에 부합하는지 정보를 제공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국내법에 따라 교사와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돼 정당에 대한 후원금 기부나 시국선언 등을 하면 징계를 받거나 사법 처리된다. 총선 기간 페이스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명한 교사가 기소되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CEACR 보고서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ILO 권고를 수용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각종 악법과 행정 조치를 즉각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정부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고 관련 법령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교사의 정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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