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항상 플랜B·C·D 있다"…마두로 "과이도, 조만간 법정에 설 것"
美하원 외교위원장 "군사개입 지지 안해"…야권, 시트고 임시이사 임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휩싸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을 두고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자 마두로 대통령이 새로운 베트남전이 될 것이라며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 여러 가지 다른 해결책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병력 파견을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그것에 관해 절대 말하지 않겠다"며 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이 계속 자리를 지킬 경우 '플랜B'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항상 플랜B와 C, 그리고 D를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개입 여지를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일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은 하나의 옵션"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해외 파병 승인권이 있는 의회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엘리엇 엥걸(민주)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련 청문회장에서 미 정부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과 관련, "미국의 군사개입은 옵션이 아니다"며 "의회는 군사개입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베네수엘라가 해외 원조 물자 반입을 막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있거나 거의 굶어 죽을 지경"이라며 "그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에 맞서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레바논 TV채널인 알-마야딘과의 인터뷰에서 "미 제국이 감히 우리 영토에 있는 나뭇잎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베네수엘라는 새로운 베트남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조만간 헌법 위반으로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과이도는 나라를 분열시키고 외세인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개입하도록 설득했다"며 "과이도는 정치가 게임이며 헌법과 법을 위반해도 된다고 믿는 사람으로, 조만간 법정 앞에서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정적들이 나를 축출하려 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며 "야권이 매일 행진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은 작년에 치러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연금이나 해외 피신 등으로 출마하지 못한 가운데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며 지난달 23일 자신을 새로운 대선을 주관할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들은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여전히 군부를 포함해 주요 국가기관을 통제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 이후 여러 차례 군사 훈련을 직접 참관하며 미국의 군사개입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공언했다.
마두로 정권은 내부적으로 과이도 의장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이고 있다.
친 마두로 성향의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과이도 의장에 대한 출국 금지와 은행 계좌 등 자산동결을 요청한 검찰의 요청을 수락했다. 검찰은 과이도 의장을 상대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인도주의 원조 물품 반입을 두고 마두로 대통령과 대립해온 과이도 의장은 전날 열린 집회에서 오는 23일 구호 물품이 반입될 것이라며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베네수엘라 여야는 지난 7일 이후 미국이 지원한 2천만 달러 상당의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 100t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원조 물품은 현재 콜롬비아 쿠쿠타의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마두로 정권은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콜롬비아와의 국경 다리에 유조 탱크 등 장애물을 설치하고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야권과 미국 등은 베네수엘라와 국경이 접한 콜롬비아 쿠쿠타 외에 브라질 북부와 베네수엘라에서 90㎞ 떨어진 카리브해의 네덜란드 식민지인 쿠라사우 섬에 원조 물품 저장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베네수엘라 우파 야권이 장악한 국회는 마두로 정권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
국회는 이날 국영 석유 기업 PDVSA와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트고의 임시이사 5명을 임명했다. 시트고 임시 이사 4명은 미국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인이며, 1명은 미국인이다.
과이도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PDVSA의 재건을 위한 진전된 조치를 취했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우리의 자산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파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트고를 도둑맞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마두로 정권이 건재하는 한 임시이사 임명을 통해 시트고의 통제권을 장악하는 게 현실적으로 난관이 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한 소식통은 "임시 이사회가 어떻게 시트고를 인수할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기존 이사회의 권한을 빼앗기 위한 법적 다툼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은 과이도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지난달 28일 자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또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트고가 수익을 마두로 정권에 송금하는 것도 금지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