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보호자, 자녀 체벌금지 조례안' 마련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에선 예로부터 가장 무서운 4가지로 지진, 천둥, 화재와 아버지(오야지·親父)를 꼽았다.
지진, 천둥, 화재가 공포의 대상인 것은 지진대에 위치하고 태풍이 많은 지리적 특성과 목조주택이 많은 건축 문화와 연관된 말이다.
인격체로는 유일하게 아버지가 가장 두려운 대상에 포함된 것은 가정에서 체벌을 바탕으로 한 훈육이 일반적이었음을 의미한다.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일본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이런 문화가 아예 근절될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수도 도쿄도(都)가 일본의 47개 광역단체 가운데 최초로 자녀에 대한 체벌과 폭언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마련해 올 4월부터 시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자녀 학대 방지에 관한 새 조례안을 발표했다.
새 조례안은 자녀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보호자의 행위를 '자녀 품위에 상처를 주는 벌'로 규정해 보호자에 의한 체벌과 폭언을 전면 금지토록 했다.
아울러 아동학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이사할 때 지역 아동상담소 간에 관련 정보공유를 철저히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호자의 자녀 체벌금지를 명기한 조례를 시행하는 것은 일본에서 도쿄도가 처음이라고 한다.
조례안은 다만 벌칙 규정이 없어 실효성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도쿄도는 오는 20일 도 의회에 새 조례안을 제출하고 4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지바(千葉)현에 살던 10세 여아가 아버지의 상습 폭력에 시달리다가 숨진 사건이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아동학대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일본은 법률로 가정 내의 아동 체벌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법에선 친권자에게 자녀를 훈계하는 '징계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입국을 대상으로 지난달 개최한 심의회에서 일본이 사회적으로 어린이 체벌을 용인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한 위원은 "일본에서는 체벌이 사회적으로 폭넓게 허용되고 있고, 학교에서조차도 체벌이 행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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