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춘천·경기 "경쟁자 많아질수록 서로에 좋아"
(진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팀 킴'이 돌아왔지만, 태극마크 탈환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팀 킴'으로 불리는 경북체육회 여자컬링(김경애·김초희·김선영·김영미·김은정)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컬링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며 스포츠 스타로 떠올랐다.
컬링 불모지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세계 정상급 팀을 제압하고 시상대에 선 이들 덕분에 국내 컬링 열풍이 불었다.
이후 지도자 갑질 파문이 불거져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팀 킴은 지난 13일 진천선수촌에서 끝난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일반부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신고했다.
동시에 '리틀 팀킴' 춘천시청(김민지·김혜린·양태이·김수진)과 '컬스데이' 경기도청(김은지·엄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 등 경쟁팀의 성장세 역시 만만치 않음을 확인했다.
춘천시청은 지난해 8월 2018-2019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팀 킴을 꺾고 태극마크를 차지한 팀이다.
지난해 송현고를 갓 졸업한 스무살 동갑내기로 이뤄진 춘천시청은 2018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회 금메달, 2019 컬링월드컵 3차전 우승 등 세계를 무대로도 젊음의 패기를 뽐내며 주목받고 있다.
이번 동계체전에서는 4강에서 팀 킴과 맞붙어 팽팽한 연장 접전을 펼치다가 5-6으로 석패하며 동메달을 가져갔다.
팀 킴의 새 스킵 김경애는 춘천시청에 대해 "후배들이 좋은 기량을 펼쳐서 잘한 것 같다. 우리는 영상 분석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대비를 많이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도청은 이번 동계체전 결승에서 팀 킴을 7-6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2연패를 이룬 팀이다.
경기도청은 경북체육회와 동계체전,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 등에서 자주 마주친 오랜 라이벌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인기를 끈 '컬스데이'를 배출한 팀이다.
지금은 세대교체로 선수 구성이 대거 바뀌었다. 소치 멤버이자 지금도 경기도청에서도 뛰고 있는 엄민지는 "그냥 경기도청으로 불리고 싶다"며 새로 정비한 팀으로 새 출발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오는 7월 첫째 주로 예정된 2019-2020 국가대표 선발전 '2019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는 경북체육회(팀 킴), 춘천시청, 경기도청의 치열한 태극마크 쟁탈전이 예상된다.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되면 세계선수권, 컬링월드컵 등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룰 기회를 받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을 향한 소중한 경험이 된다.
엄민지는 "세계적으로도, 한국에서도 여자컬링이 많이 올라왔다. 특출난 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컬링 저변이 부쩍 풍성해진 것을 반기고 있다.
팀 킴 김은정은 "우리나라 여자팀이 많이 성장한 것은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다. 세계 무대에 어느 팀이 나가든 한국이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춘천시청의 이승준 코치는 "특정 팀을 라이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도청도 있고 경북체육회도 있는데, 모든 팀을 다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남자컬링도 마찬가지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경북체육회(김창민·이기정·오은수·이기복)도 복귀전인 이번 동계체전 결승에서 현 국가대표인 서울시청(김수혁·이정재·정병진·황현준·이동형)을 8-6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서울시청도 맏형 김수혁을 제외하고는 20대 초반 선수들로 구성된 팀으로, '성장'에 초첨을 맞추면서도 2018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회 동메달, 2019 세계남자컬링선수권 출전권 획득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동계체전 경기장에는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선물을 전달하는 팬들도 많이 찾아왔다.
뜨거운 선의의 경쟁으로 컬링의 실력과 인기도 함께 높아질지 기대가 커진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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