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튜니티! 그동안 수고했어. 이젠 편히 쉬어"

입력 2019-02-14 10:51  

"오퍼튜니티! 그동안 수고했어. 이젠 편히 쉬어"
NASA, 연락 두절 8개월여만에 "임무완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로버 '오퍼튜니티(Opportunity)'가 8개월여의 동면에서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영면에 들었다.
NASA는 13일(현지시간) 오퍼튜니티호와의 교신을 위한 마지막 시도마저도 실패로 끝난 뒤 "임무 완수"를 선언했다. 소생시키려는 노력이 더는 의미가 없자 산소호흡기를 떼고 공식적으로 사망을 선고한 셈이다.
NASA 과학담당 토마스 주부큰 부국장은 "이 자리에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퍼튜니티 임무가 완수됐음을 선언한다"고 했다.
NASA가 우주로 보낸 탐사선이나 우주망원경 등이 수명을 다해 임무 종료를 선언할 때마다 아쉬움을 표하고 애도했지만 이번엔 더 각별하다.
애초 설계수명 90일, 이동 거리 1천m를 목표로 화성에 도착한 뒤 '오피(Oppy)'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15년간 45㎞를 이동하고, 탐사 임무를 끊임없이 이어온 데 대한 평가와 감사의 뜻이 담겨있다.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우리의 용감한 우주인들이 화성 표면을 걷게 될 날이 다가오게 된 것은 오퍼튜니티호와 같은 개척자적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오퍼튜니티호와 오피의 쌍둥이 로버 스피릿호를 운용해온 제트추진연구소(JPL) 화성탐사로버(MER) 프로젝트 책임자인 존 칼라스 박사는 "오퍼튜니티호를 회생시키기 위해 모든 공학적 노력을 다했으나 신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낮아 더는 회생 노력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NASA는 캘리포니아주 골드스톤 심(深)우주 단지의 대형 안테나를 이용해 마지막 교신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응답도 얻지 못했다.



태양광을 동력으로 한 오퍼튜니티호는 지난해 5월30일부터 화성 전체를 휘감는 먼지 폭풍이 일자 동력을 아끼기 위해 6월 10일 교신을 끝으로 '인내의 계곡(Perseverance Valley)에서 동면에 들었다. 이후 3개월여 만에 먼지폭풍은 가라앉았으나 태양광 패널에 먼지가 쌓여있어 동력 충전이 이뤄지지 않아 깨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퍼튜니티는 그간 바퀴가 빠지고 플래시 메모리가 고장 나는 등 여러 차례의 위기를 무사히 넘겨왔다. 특히 2007년에 두 달간의 먼지폭풍 위기를 이겨내 이번에도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쉽게 접지 못했다.
오퍼튜니티호는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뒤 7개월여 만인 2004년 1월 24일 메리디아니 플래넘 지역에 착륙한 뒤 화성 곳곳을 옮겨 다니며 탐사 활동을 벌였다.



오퍼튜니티의 제1 임무는 화성에서 물의 흔적을 찾는 것이었다. 결국 착륙지 인근에서 물속에서 형성되는 광물인 적철석(赤鐵石·hematite)을 찾아내고, 엔데버 충돌구에서는 지구의 연못이나 호수에 있는 물과 유사한 것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흔적을 발견해 내는 과학적 성과를 얻었다.
오퍼튜니티가 전송한 이미지는 360도 컬러 파노라마 사진 15장을 포함해 21만7천여장에 달한다.




MER 과학자들은 무엇보다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의 탐사활동으로 화성이 지금은 춥고 건조하고 황폐하지만 아주 오래전에는 표면과 지하에 물이 존재하는 등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는 점을 보여준 것을 최대의 업적으로 꼽았다.
스피릿호는 오퍼튜니티보다 20일 앞서 메리디아니 플래넘 반대편인 구세브 충돌구에 도착했으며, 약 8㎞를 이동하며 탐사활동을 벌이다가 2011년 5월 임무 종료가 선언됐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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