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골프광'으로 잘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비를 들여 방 크기의 대형 골프 시뮬레이터를 설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 '스크린 골프장'이 지난 몇 주 사이 대통령 관저에 설치됐다고 전했다.
골프 시뮬레이터 구입과 설치에는 5만 달러(약 5천600만 원)가량이 들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으로 지불했다고 한다.
이 장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과거 들여놓은 낡은 골프 시뮬레이터를 대체한 것이다.
WP는 백악관의 새 골프 시뮬레이터가 덴마크 '트랙맨 골프'사의 제품일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전 세계 16개 골프장 가운데 3곳이 시뮬레이터를 보유 중인데 모두 이 회사 제품을 쓰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백악관에도 납품했느냐는 WP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트랙맨 골프 홈페이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새 시뮬레이터는 티박스와 페어웨이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인조잔디, 대형 플렉서블 스크린, 센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골퍼들의 '성지'로 꼽히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코스를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고, 가상의 골프 코스도 만들어낼 수 있다. 남미의 정글에 있는 종교 사원과 화산, 공룡 화석 사이에서 9홀을 도는 가상 코스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번 골프 시뮬레이터 설치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과 시간의 약 60%를 비공식적인 개인 시간(이그제큐티브 타임·executive time)으로 보낸다는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의 폭로 후 열흘 만에 나왔다.
그러나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그제큐티브 타임에 새 골프 시뮬레이터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아예 설치된 이후 써본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또 백악관에 새 골프 시뮬레이터를 들여놓은 시점은 역대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골프코스에 나가지 못했던 기간과 겹치는 것으로 보인다.
WP 자체 분석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 이후 약 139차례 골프를 쳤는데 셧다운 사태로 취임 후 최장 기간인 69일 동안이나 골프장에 나가지 못했다. 이 기록은 지난 2일 '골프 전설'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골프를 치면서 겨우 깨졌다.
이번 경우처럼 백악관 스포츠 시설이 역대 대통령들의 취미에 따라 바뀐 사례가 많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퍼팅그린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볼링장을 각각 들였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기존 테니스 코트를 농구코트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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