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갤러리에서 다음 달까지 개인전 '노동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예술가 백현진(47)에게는 이른바 '타이틀'이 많다.
그는 1997년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데뷔한 음악가다. 음악감독 방준석과 '방백'이라는 팀을 꾸려 앨범을 내기도 했다.
백현진은 영화에도 많이 출연한 배우다.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북촌방향'과 장률 감독이 만든 '경주'에 조연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도 등장했다.
'화가'는 백현진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홍익대 조소과를 중퇴한 그는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2017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 4명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엔 가로·세로 93㎝인 정사각형 리넨(아마천)에 그린 신작 60여점을 들고 돌아왔다.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15일 개막하는 개인전 '노동요: 흙과 매트리스와 물결'을 통해서다.
3년 만에 PKM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백현진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말로 잘 표현이 안 되니까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한다"며 "전시 제목은 체계 없고 엉망진창인 과정을 거쳐 직관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흙과 매트리스와 물결은 사실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문구 앞에 붙인 노동요 또한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작가는 "작년 11월인가 12월쯤 머릿속에서 흙먼지가 부는 공터에 매트리스가 있는 이미지가 반복해서 보였다"며 "흙과 매트리스를 조합해 보니까 상징적인 것 같아서 상징을 비껴가려고 물결이라는 단어를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40년대 미국 흑인 죄수들이 노동하면서 부른 노래를 채록한 앨범을 좋아한다"며 "일반적 노동요가 아니라 적막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부르는 또 다른 노동요를 떠올리면서 제목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에 걸린 그림을 보면 딱히 노동요나 흙, 매트리스, 물결이 연상되지는 않는다. 각각의 작품 명칭은 '잘못된 제목'이나 '간신히', '빙고', '쓸쓸한 정전기'처럼 독특하고 흥미롭다.
신작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은 16점에 이르는 '패턴 같은 패턴'. 조금씩 다른 패턴 수십 개를 반복적으로 그렸다.
작가는 직사각형이 아닌 정사각형 리넨에 그림을 그린 데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고 실용적이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그림은 정해진 방향이 없고, 나 역시도 상하좌우를 돌려가며 그렸다"며 "설치도 배열이나 조합에 대한 매뉴얼이 없어서 마음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문의 ☎ 02-734-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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