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호소 위해 '밸런타인데이' 맞춰 제소…"결론까지 5년이상 걸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일본 각지의 동성 커플 13쌍이 14일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국가를 상대로 일제히 소송을 제기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원고측은 동성간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결혼의 자유'와 '법 아래 평등' 등의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1인당 100만엔의 배상을 요구했다.
소송은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삿포로(札晃) 등 4지역 지방재판소에서 제기됐다.
원고는 남성 커플 8쌍, 여성 커플 5쌍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밸런타인데이인 14일을 제소일로 잡았다.
재판 결과 소송이 받아들여지면 향후 일본에서 동성혼이 허가되게 된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동성혼에 대한 국민의 의견은 찬성쪽이 높았다.
일본 헌법 24조는 '혼인은 양성의 합의로서만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이 조문은 동성 커플의 혼인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원고측 변호인단은 "헌법 조문은 강제적인 결혼을 막기 위한 의도"라며 "동성혼을 금지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법무성은 "아직 소장을 받아보지 못해서 코멘트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소송에 참가한 아이바 겐지(相場謙治·40)씨는 NHK에 "전국에 있는 성적 소수자와 원고의 생각을 담은 소장을 제출했다"며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그의 파트너인 고즈미 겐(古積健·45)씨는 "긴 여정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승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2015년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동성 커플을 인정하는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도쿄 시부야(澁谷)구와 세타가야(世田谷)구, 오사카(大阪)시와 나하(那覇)시 등 전국의 11개 지방자치단체가 '파트너십제도'로 불리는 이 방안을 도입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상속과 세제상 우대 등 배우자로서의 법적 권리를 인정받지는 못한다.
역시 소송에 참가한 나카지마 메구미(中島愛·40)씨는 BBC에 "최고재판소(대법원)까지 갈 준비가 돼 있다"며 "그 경우 결론이 나오기까지 5년 이상 걸릴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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