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자들이 먼저 타격 입을 것"…러 증권 시장 동요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를 요구한 미국 상원의원들의 법안 발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채에 대한 제재는 먼저 외국 투자자들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다시피 러시아 국채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면서 "(제재는) 우선적으로 외국인들에게 타격이 될 것이며 자신의 발을 총으로 쏘는 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도 중앙은행과 정부가 필요한 지원 조치를 마련해 뒀다고 주장했다.
실루아노프는 "우리는 이미 여러 단계의 제재를 경험했다"면서 "물론 좋은 일은 아니지만 다른 한편으론 제재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기반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신규 대러 제재는 무분별하고 사려 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미 상원의 추가 대러 제재 추진 소식이 알려진 뒤 러시아 주요 국영기업과 은행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의 동요가 일었다.
앞서 린지 그레이엄 의원(공화)과 밥 메넨데스 의원(민주) 등을 비롯한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전날 대러 신규 제재를 요구하는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법안은 외국의 선거에 대한 개입을 지원하는 러시아 은행과 사이버 부문 기업, 신규 발행 국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직간접적으로 불법적이며 부도덕한 활동을 벌이는 개인들에 대한 제재를 주문했다.
특히 신규 발행 러시아 국채 거래를 제한하고,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의 해외 사업을 제재하며, 지난해 말 발생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건에 간여한 의혹을 받는 '연방보안국'(FSB: 정보기관) 직원 24명을 제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 상원의 대러 제재 움직임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 2단계 신규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취해졌다.
미국은 스크리팔 사건과 관련, 지난해 8월 국가안보와 관련한 제품과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1단계 대러 제재 조치를 취한 데 이어 2단계 제재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2단계 제재는 외교 관계 축소, 식품을 제외한 미국 상품의 대러 수출 전면 금지, 러시아산 제품 수입 금지, 러시아 항공기 미국 운항 금지, 러시아 은행들의 자금 조달원 차단 등을 포함한 보다 강력한 제재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러 추가 제재들이 한꺼번에 취해질 경우 그러잖아도 크림병합에 따른 서방 제재와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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