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크랜드 총격 1주년…총기규제 여론 높아졌다 다시 제자리

입력 2019-02-15 01:50   수정 2019-02-15 14:52

美 파크랜드 총격 1주년…총기규제 여론 높아졌다 다시 제자리
엄격한 총기규제 여론 70% 안팎에서 50% 초반대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미국 플로리다주(州) 파크랜드에 있는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교정에서 총성이 울렸다.
이 학교 제적생 니콜라스 크루스가 AR-15 반자동소총을 난사하면서 학생과 교사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 이후 미국 사회는 온통 총기규제 여론으로 들끓었다.
파크랜드 총격 생존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이 작년 3월 24일 미 전역에서 펼친 행진에는 베트남전 반전시위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참여했다.


데이비드 호그, 엠마 곤살레스 등 총격 생존자들은 각종 연설에서 총기규제를 역설했다. 총기 소지 옹호론자들의 아성인 미국총기협회(NRA)는 전국적인 성토 대상이 됐다.
플로리다주 등지에서 총기 구매 연령을 만 18세에서 21세로 상향하는 등 총기규제 입법이 잇따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입안된 총기규제 관련 법률이 67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딕스스포팅굿즈·월마트·크루거 등 대형 총기 유통점은 공격용 대량살상 총기 판매를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교사들에게 총기를 지급해 학교가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교사 무장론'에는 역풍이 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빅스·갤럽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파크랜드 총격 이후 들불처럼 일었던 총기규제 여론이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파크랜드 총격 직후 '더 엄격한 새로운 총기규제가 필요하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률은 67%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같은 시기 응답률은 52%로 떨어졌다. 새로운 총기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답도 41%나 됐다.
이런 현상은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격,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이 일어났을 당시와도 비슷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미 공영방송 NPR도 작년 파크랜드 총격 직후 미국인 71%가 '강력한 총기 규제책이 요구된다'고 답했으나 1년 후 같은 문항의 응답률은 51%로 20%포인트나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파크랜드 총격 이후 2월부터 4월 사이에 미국에서 판매된 총기류는 평소보다 60만 정 늘어난 670만 정에 달했다.
총기 소유 옹호론자들이 총기규제가 엄격해질 것을 우려해 대형 총격 사건 직후 총기류를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CNN은 전했다.

[로이터 제공]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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