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유엔서 미국 맹공…"목 졸라 죽이려 한 뒤 과자 줘"

입력 2019-02-15 05:26  

베네수엘라 유엔서 미국 맹공…"목 졸라 죽이려 한 뒤 과자 줘"
아레아사 외교장관 "美 원조는 구경거리…쿠데타 탄력 사라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가 유엔에서 미국을 겨냥해 기만적인 원조 제공과 쿠데타 지원을 강력히 비난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취재진과 만나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오는 23일 해외 원조 물품을 국내로 반입하겠다고 한 공언을 일축했다.
그는 "과이도가 통제하는 경찰이 단 한명도 없다. 과이도가 말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전혀 터무니가 없다"며 "정부를 통제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만이 데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레아사 장관은 또 "미국 정부가 추진해온 쿠데타의 탄력이 사라졌으며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우리 군의 충성심이 이미 입증됐기 때문에 미국은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인도주의 원조 물품 반입을 두고 마두로 대통령과 대립해온 과이도 의장은 지난 12일 열린 집회에서 오는 23일 구호 물품이 반입될 것이라며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베네수엘라 여야는 지난 7일 이후 미국이 지원한 2천만 달러 상당의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 100t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원조 물품은 현재 콜롬비아 쿠쿠타의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마두로 정권은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콜롬비아와의 국경 다리에 유조 탱크 등 장애물을 설치하고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아레아사 장관은 특히 "미국이 조직하는 원조는 대단한 '구경거리'"라며 미국의 경제제재를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 경제를 봉쇄했다"면서 "경제봉쇄의 손실이 300억 달러(약 33조8천억원)가 넘는 가운데 미국은 소위 말하는 인도주의 원조 2천만 달러(225억원)어치를 보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의) 목을 졸라 질식시켜 죽이려 한 뒤 과자를 주는 격"이라며 "이래서 쇼라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미국은 과이도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지난달 28일 자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또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트고가 수익을 마두로 정권에 송금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는 미국이 지금까지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단행한 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됐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잇단 제재가 마두로 정권보다 일반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아레아사 장관은 러시아, 중국, 이란, 쿠바 등 16개국 외교관들에 둘러싸인 채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유엔 헌장을 미국과 여러 남미 국가 등 침해했다고 판단하는 그룹이 결성됐다고도 했다.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팔레스타인 측은 이날 약 50개국이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과이도 의장은 작년에 치러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연금이나 해외 피신 등으로 출마하지 못한 가운데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며 지난달 23일 자신을 새로운 대선을 주관할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들은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국제적인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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