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지원단 동행…회사측 면담은 지원단만 허용
오후에 신일철주금·후지코시 연쇄 방문 예정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징용 등으로 강제동원된 피해자의 유족들이 15일 도쿄(東京) 본사를 방문하고 한국 법원의 배상판결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징용피해 소송의 원고 유족인 박재훈 이규매 씨, 근로정신대 피해 소송의 원고 유족인 오철석씨는 이날 오전 최봉태 변호사 등과 도쿄 마루노우치(丸ノ內)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를 찾았다. 박씨와 이씨는 피해자의 사진을 들었다.
방문에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高橋信) 공동대표,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 보상입법을 목표로 하는 일한공동행동'의 사무국장, 일본의 지원단 등이 동행했다.
지난달 18일 원고 측 변호인단은 회사 측에 협의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요청서를 전달하고 "2월 말까지 회답이 없을 경우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두 번째 방문이라 할 수 있지만, 피해자 유족이 미쓰비시 본사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다카하시 공동대표 등 지원단체 2명은 이날 "2월 말까지 성의 있는 회답이 없을 경우 강제집행을 취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재차 통보한다"는 내용의 통보서를 회사 측에 전달했다.
다카하시 공동대표는 30여분간 미쓰비시의 담당 과장을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미쓰비시는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 이 문제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쓰비시 측은 한국에서 오신 분(유족)과 변호사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며 "상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는 했다"고 전했다.
그는 "3월 1일에 원고 측이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며 "그 대상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조사 및 검토할 것"이라면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3월 1일 관련 절차에 들어갈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거듭 "그렇다"고 확인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그럼에도 판결 이행을 위해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또다른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과 관련된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단은 신일철주금의 한국 자산 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승인한 바 있다.
이날 미쓰비시를 처음 방문한 피해자 유족 박재훈 씨는 "이곳에 오니 억울하고 착잡하다"며 "미쓰비시는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배상을 해 달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규매 씨는 "눈물이 나려 한다"며 "미쓰비시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면 좋겠는데 왜 시간 끌기를 하는 건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미쓰비시 방문에는 일본 언론도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6명,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각각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모두 원고 승소를 확정 짓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일 대리인과 지원단은 이날 오후에는 신일철주금, 후지코시 등을 잇달아 방문하고 협의에 응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대리인과 지원단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했지만, 책임 있는 회사 관계자를 면담하지 못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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