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정신질환자를 감금하는 악습 '파숭'을 법으로 금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환자들이 쇠사슬과 족쇄에 묶인 채 방치되는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5일 일간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동(東)누사텡가라 주 코타 콤바 지역 주민 알렉시우스 두기스(31)의 발목에는 10년째 나무로 만든 족쇄가 채워져 있다.
알렉시우스의 가족들은 2009년 그가 정신질환으로 인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자 안전을 이유로 그를 집 근처 오두막에 감금했다.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그는 단 한 차례도 전문가의 진료를 받거나 의약품을 처방받지 못했다.
주도 쿠팡 시에 있는 병원 한 곳을 제외하면 동누사텡가라 주에는 정신질환을 다룰 의료시설이 전무한 데다 진료를 받으러 갈 경제적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알렉시우스의 증상은 갈수록 나빠져 현재는 옷조차 입지 않은 채 무너져 가는 오두막에 우두커니 앉아 있기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시우스의 어머니인 코르네리아 다게는 "아들의 건강상태가 갈수록 나빠진다. 보건소 직원들이 간혹 상태를 보러 오지만 약을 주거나 진료를 해주진 않는다"면서 "정부 당국이 뭔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마을 주민 리카르두스 논(31) 역시 정신질환 때문에 3년째 집안에 갇혀 있다.
그의 부모는 "답답한 마음에 기도까지 하고 왔으나 회복이 되지 않았다"면서 며느리도 남편을 버리고 떠나버렸다고 털어놨다.
이들 외에도 동누사텡가라 주 곳곳에선 수년째 감금된 정신질환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환자들을 찾아내 돕는 활동을 해 온 현지 자원봉사단체 '끄롬뽁 까시 인사니스'(KKI)는 동누사텡가라 주에만 약 4천명의 정신질환자가 있고, 이중 1천200명가량이 쇠사슬에 묶이거나 족쇄가 채워진 채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정부 자료를 인용해 최소 1만8천800여명의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감금돼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1977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파숭'(pasung·족쇄·수갑 등을 뜻하는 현지어)으로 불리는 이런 관행을 금지하고, 각 지역 보건소가 정신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탓에 실제로 정신질환을 진료할 능력을 갖춘 보건소는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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