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니카라과 외무장관이 최근 뉴욕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와 비밀리에 접촉했다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호르헤 아레아사 외무장관이 엘리엇 에이브럼스 특사와 2차례 만났으며 회동은 수시간 가량 진행됐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회동에서 아레아사 장관이 에이브럼스 특사에게 "사적으로, 공개적으로 혹은 비밀리에"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그가 만나기를 원하고 내게 시간과 장소, 형식을 말해주기만 한다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막후에서 양측이 접촉을 가졌다는 것은 상당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2명의 베네수엘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요청으로 지난달 26일에 1차 회동이 있었으며 두 사람이 이번주에 재회동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1차 회동은 에이브럼스 특사가 미군을 배치할 것을 위협하는가 하면 베네수엘라 정부가 쿠바, 러시아, 헤즈볼라와 연대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적대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2차 회동은 애브럼스 특사가 "마두로와의 대화할 시간은 오래 전에 지났다"고 공언한 지 4일만에 이뤄졌고 분위기도 1차 회동에 비해서는 긴장의 강도가 덜했다는 것이다.
2차 회동에서 에이브럼스 특사는 베네수엘라 군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따른다고 해도 미국의 강력한 제재 조치가 그를 몰아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정부측은 미국측에서 공개적으로 험한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회동이 대화할 여지가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측은 "마두로 본인을 포함한 전(前) 정권 관리들"을 만나 그들의 출구전략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마두로 대통령은 때로는 유화적이면서도 때로는 그가 이끄는 사회주의 정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 태도를 거칠게 비난했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곤경에 처한 것은 자국의 석유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말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베네수엘라가 필요한 것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감염된 손"을 치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는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석유 수출을 늘려 미국의 제재로 인한 피해를 보충할 것이라고 말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스스로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역사 속에서 자신은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과테말라의 하코보 아르벤스 같은 다른 중남미의 좌파 지도자들과 나란히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외부 행사에서 폭발물을 장치한 드론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것이 결코 자신의 결의를 흔들지 못했다고 말하고 "나는 오직 조국과 국민들, 소년소녀들의 운명을 걱정할 뿐이며 이것이 바로 내게 힘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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