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반도의 국가 알바니아의 총리가 야당 의원의 공격으로 잉크를 뒤집어쓰는 일이 벌어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좌파 성향의 집권 사회당 소속의 에디 라마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야당 대표가 제기한 부패 관련 공세에 대해 답변을 하기 직전에 야당 의원이 뿌린 잉크 세례를 받았다.
우파 성향의 제1야당 민주당 의원이자 국회 부의장이기도 한 에디 팔로카는 이날 만년필 잉크가 담긴 주사기를 들고 라마 총리에게 접근한 뒤 총리를 향해 잉크를 분사했다.
팔로카 부의장은 공격 직후 경호원의 제지로 끌려나갔다. 알바니아 의회는 향후 열흘간 그의 의회 토의 참여를 봉쇄했다.
팔로카가 속한 민주당은 이틀 전에는 라마 총리의 사퇴와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정부에 대한 투쟁 강도를 최근 끌어올리고 있다.
룰짐 바샤 민주당 대표는 라마 총리가 알바니아를 부패와 조직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얼굴과 셔츠 등에 푸른색 잉크가 묻는 봉변을 당한 라마 총리는 트위터에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 "영원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주, 다른 하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라마 총리는 작년 12월에도 의회에서 또 다른 야당 의원이 던진 계란에 맞는 수난을 당했다.
알바니아 여당과 야당은 서로가 부패와 조직범죄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의회에서 모욕적인 언사와 물리적인 폭력을 빈번하게 주고받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1990년대 초반 엔베르 호자의 고립된 공산 독재 체제에서 벗어난 유럽 최빈국 중 하나인 알바니아는 2009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뒤 2014년에는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이 됐다.
현재는 EU가 요구하는 개혁 조치들을 시행하면서 EU 가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법 독립성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며,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부패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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