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의 꿈꾸던 여고생, 10년만에 실습생돼 멘토 여의사 재회

입력 2019-02-17 08:00  

흉부외과의 꿈꾸던 여고생, 10년만에 실습생돼 멘토 여의사 재회
10년전 참관한 세브란스 수술실서 실습…박조은씨 "나를 격려해주는 곳"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의료계의 대표적인 기피과로 통하는 흉부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던 여고생과 진로 고민을 들어주던 여의사가 10년 만에 재회했다.
이삭 세브란스 심장혈관외과 교수와 박조은(27)씨가 그 주인공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 교수와 박씨의 인연은 10년 전인 2010년 2월 한 통의 이메일로 시작됐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박씨는 이 교수에게 '흉부외과 의사를 꿈꾸는 여학생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진학하고 싶은 대학교 탐방을 다녀오라는 학교 과제를 수행하려고 보낸 이메일이다. 박씨는 대학교보다는 평소 꿈꾸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의사들 사이에서도 높은 업무 강도 등으로 기피하는 흉부외과에 보기 드문 여의사로 주목받던 이 교수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박씨는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꿈도 크고 고민도 많은 시기'라며 한번 병원에 찾아오라는 답장이 왔다. 바쁜 와중에 정성스럽게 써주신 답장을 몇번씩 읽어봤다"며 웃었다.
당시 박씨에게 의사는 막연한 꿈에 불과했다. 자신보다 각각 5살, 8살 어린 두 동생을 따라 소아과에 다니면서 병을 낫게 해주는 의사가 멋있어 보여 갖게 된 꿈이다.
박씨는 "당시에는 의사라는 직업은 물론 흉부외과라는 전공 역시 잘 몰랐다"며 "막연하게 외과 계열 의사는 발로 뛰어다니고, 수술실에서 손으로 환자를 살리는 게 멋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병원을 방문한 날 아침 회진을 마친 이 교수와 인사를 나눴다. 박씨는 "처음 본 이 교수님은 생각했던 외과의사 이미지처럼 리더십 있고 강렬한 인상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심장혈관외과 4∼5개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주로 심장판막 수술이었다.
그는 "TV에서 메디컬드라마를 볼 때와는 달랐다"며 "수술이 시작되자 의사, 간호사 모두가 바쁘게 손을 움직였고 너무 빨라 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가슴을 열고 하는 심장 수술이다 보니 환자의 장기가 다 드러나고, 피도 보여 충격적이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이런 게 의사구나'라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이날의 수술 참관 이후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굳혔다.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했고 성적도 올랐다. 하지만 의대에 입학하기에는 수능점수가 낮아 일반 이공계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박씨는 "고민 끝에 의학전문대학원에 가기로 했다"며 "남들 가는 배낭여행도 못가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줄여야 했지만, 고등학생 때 수술실을 참관했던 경험이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박씨는 2016년 이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고 현재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 교수에게도 의전원 입학 소식을 알렸다. 이 교수는 '언제든 오면 환영해주겠다'며 축하해줬다고 했다.
그리고 이달 초 박씨는 이 교수를 실습생 신분으로 찾아왔다. 학교 과정 중 '자유선택실습'에 따라 한 달간 전공 분야에서 실습해야 하는 시간을 이 교수 밑에서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10년만에 병원을 찾으니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다시 보게 된 느낌"이라며 "의사라는 꿈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를 기억 속에서 격려해주던 곳"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사라는 꿈에 다가왔지만, 여전히 수술실에 들어가면 모르는 것들이 많아 어렵고 실수할까 봐 무섭다"며 "더 배워서 환자에게 흔들림 없이 믿음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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