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타자 입장에서는 구종 2개를 던지는 투수보다는 4, 5개를 갖춘 투수가 어렵지 않겠어요."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이 생각하는, 체인지업 장착이 가져올 최소한의 효과다.
실제 효과는 그 이상일 수도 있다.
16일(한국시간) 콜로라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만난 오승환은 "스프링캠프 첫 번째 불펜피칭 때 체인지업을 던졌다. 터무니없는 공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14일 스프링캠프 첫날 직구와 체인지업을 섞어 공 35개를 던졌다. 16일 두 번째 불펜피칭에서는 체인지업을 던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캐치볼을 할 때는 가끔 체인지업 그립을 잡았다.
체인지업은 2019시즌 오승환의 '신 무기'다.
오승환은 묵직한 직구로 KBO리그를 평정했다. KBO에서 뛸 때 오승환은 투구 수의 90% 이상을 직구로 채웠다.
일본에 진출한 뒤 슬라이더 비율을 높이고, 스플리터를 장착한 오승환은 힘이 넘치는 타자가 많은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뒤에는 변화구 비율을 더 높였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입성 첫해인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6승 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로 맹활약했다. 브룩스베이스볼이 분석한 2016년 오승환의 구종 구사율은 직구 60.5%, 슬라이더 31.4%, 체인지업 7.10%, 커브 0.77%였다.
2017년 오승환은 1승 6패 7홀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으로 주춤했다. 브룩스베이스볼이 파악한 오승환의 구종은 직구 61.75%, 슬라이더 29.03%, 체인지업 6.89%, 커브 2.23%였다.
지난해(2018년) 오승환은 커브 구사율을 8.18%로 높였다. 직구 구사율을 51.27%로 낮추고 커브를 자주 섞으며 타자를 현혹했다. 슬라이더(30.91%)와 체인지업(7.93%) 비율은 예전과 비슷했고, 브룩스베이스볼은 오승환의 구종에 싱커(1.64%)를 추가했다.
사실 2016∼2018년에는 오승환이 스플리터 그립으로 던진 공이 체인지업으로 구분됐다.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은 '형제 관계'다. 두 구종의 궤적이 흡사해 구분하기 어렵다.
2019년 오승환은 '스플리터와는 다른 체인지업'을 던지고자 한다.
그는 "구종은 다양할수록 좋다. 타자 입장에서는 구종 2개를 던지는 투수보다는 4, 5개를 갖춘 투수가 어렵지 않겠나"라며 "공의 완성도가 떨어져도 새로운 구종을 던지는 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과의 크기는 예단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아직 타자를 상대해보지 않아서 내 체인지업의 위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오승환의 체인지업이 좌타자 바깥쪽, 우타자 몸쪽으로 날카롭게 떨어지면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벽에 막힐 때마다 구종 추가로 새로운 길을 뚫은 오승환이 2019년 그 길을 더 넓히려고 한다. 무기는 체인지업이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