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t 실은 수송기 2대 콜롬비아 도착…마두로 "상한 부스러기" 국경경비 강화 지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이 제공한 베네수엘라 인도주의 원조 물품이 콜롬비아 국경 도시에 추가로 공수됐다.
미 공군 C-17 수송기 2대가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홈스테드 공군기지를 이륙해 베네수엘라 국경 도시인 콜롬비아 쿠쿠타에 도착했다고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공수된 구호 물품은 고열량 음식, 어린이용 위생 비누, 치약 등 180t으로 2만5천명 이상에게 지급할 수 있는 분량이다.
나머지 의료용품과 약품 등을 실은 수송기 한 대도 다음 주 초께 쿠쿠타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원조물품 수송 책임자인 마크 그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마지막도 아니다"면서 "더 많은 원조가 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다음 주에 원조 물품 반입을 위해 콜롬비아 국경으로 이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시위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과이도 의장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 동부 지역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원조 물품이 반입되는 23일에 자원봉사자들이 움직일 국경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반입 허용을 압박하는 시위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60만명이 물품 반입을 돕기로 등록했다"면서 군부가 자신 편에 서서 원조물품 반입을 허용해 달라고 다시 한번 요구했다.
야권은 오는 18일 반입 동선 등 구체적인 원조 물품 반입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그러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600만 가구가 보조금으로 마련한 식품 상자를 지급받았다. 933t의 의약품을 중국, 쿠바, 러시아에서 구매했다"고 밝히며 원조물품 반입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우리는 거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돈으로 구매 비용을 지불했다. 미국이 제공한 원조는 부스러기며 상하고 오염됐다"며 군부에 국경 경비를 더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인도주의 원조 물품 반입을 두고 마두로 대통령과 대립해온 과이도 국회의장은 최근 열린 집회에서 오는 23일 구호 물품이 반입될 것이라며 정면 대결을 예고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여야는 지난 7일 이후 미국 등이 지원한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공한 원조 물품은 현재 베네수엘라와 국경이 접한 콜롬비아 쿠쿠타와 브라질 북부, 카리브해의 네덜란드 식민지인 쿠라사우 섬의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은 2015년 이후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경제난 속에 베네수엘라인 230만명이 해외로 떠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과 야권은 표면적으로 경제난에 따른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원조를 통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과 군부 이탈을 내심 바라고 있다.
반면 마두로 정권은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콜롬비아와의 국경 다리에 화물 컨테이너 등의 장애물을 설치하고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특히 미국이 각종 제재로 베네수엘라에 300억 달러(약 33조8천억원)가 넘는 손실을 안겨놓고선 소량의 인도주의 원조를 보내는 것은 이중적이며 '정치적인 쇼'라고 비판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유력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은 무효라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대선 당시 주요 야당이 불참 선언을 한 가운데 일부 야권 후보가 출마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마두로 퇴진운동을 주도해온 과이도 의장은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 베네수엘라에서 사상 초유의 '두 대통령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가들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반면에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국제 대리전' 양상도 띠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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