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학교 졸업생들에 '만지는 졸업사진' 선물한 20대 청년

입력 2019-02-18 16:07  

맹학교 졸업생들에 '만지는 졸업사진' 선물한 20대 청년
임진환씨, 학생들 얼굴 스캔해 3D프린터로 흉상 제작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올해 맹학교를 떠나는 고3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졸업식을 앞두고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입체 졸업사진'을 선물 받았다.
서울 한빛맹학교는 18일 학교 강당에서 오는 22일 졸업을 앞둔 고3 학생 8명을 위해 임진환(26)씨가 직접 3D프린터로 제작한 흉상 8점을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임씨가 제작한 높이 17㎝가량의 흉상에는 졸업생들의 얼굴 모양과 특징, 헤어스타일까지 생생하게 담겼다. 흉상 아래엔 점자와 양각된 글씨로 졸업생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빛맹학교 황경선 교장은 전달식에 온 학생 하나하나를 불러내 직접 손에 흉상을 들려 줬다.
졸업생 김재성(19) 군은 얼굴 한가득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안의 자기 얼굴을 말없이 더듬어 만져 봤다.
양지우(19) 양은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친구들 얼굴을 본 적이 없는데, 흉상을 서로 돌려보며 어떻게 생겼는지 마음에 담고 졸업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내 얼굴이 큰 편인데 이렇게 작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웃었다.
황 교장은 "학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이런 뜻깊은 행사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초 삼육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3D 프린팅 스타트업에서 설계사로 일하던 임씨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은 지난해 유튜브에서 3D프린터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흉상을 만들어 주는 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회사 대표를 설득한 임씨는 서울·경기 지역의 맹학교 6곳에 제안서를 보냈고, 그중에서 한빛맹학교와 인연이 닿았다.
이후 임씨는 지난달부터 이 학교를 방문해 졸업생 8명의 얼굴을 하나하나 스캔한 뒤, 회사 3D프린터로 이를 출력하고 도색해 흉상을 완성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경기 남양주시 별내고등학교 학생 15명도 얼굴 스캔과 흉상 가공을 도왔다.
이렇게 약 3주에 걸쳐 8명의 흉상을 만드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임씨는 "복합장애를 가진 몇몇 학생들은 스캔할 때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버거워했고, 사진을 찍히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학생도 있었다"며 "맨 처음에는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진척이 더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씨는 "이후 생각을 바꿔 학생들과 자주 만나 대화하고 교감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고 나니 학생들이 먼저 거부감 없이 다가와 주는 모습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의수·의족·인공장기 등을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임씨는 "몸이 불편한 사람도 기술을 통해 편리한 생활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앞으로도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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