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유적지를 가다] ⑧부산 일신여학교·구포장터

입력 2019-02-23 06:00  

[3·1운동 유적지를 가다] ⑧부산 일신여학교·구포장터
부산 만세운동 재현…수천 명 모여 100년 전 함성 그대로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손형주 기자 = 100년 전 3·1 만세운동 열기가 그대로 이어진 부산에서도 독립을 염원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이중 일신여학교와 구포장터 만세운동이 주요 사례로 꼽힌다. 부산에서는 수십 년째 당시 정신을 기리는 재현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1919년 3월 11일 일어난 부산 일신여학교 만세운동은 부산·경남지역 3·1 운동 효시로 평가받는다.
서울에서 시작된 1919년 3·1 운동은 당시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었다.
부산에서는 3월 10일 아침 조선인 거주지인 영주동, 초량, 부산진 등지에서 밤사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 격문이 잇따라 발견돼 경찰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일본 경찰 등은 이튿날인 3월11일 거사가 예정됐던 부산상업학교의 시험을 돌연 중지시키고 학생들을 귀가토록 하며 시위 발생을 원천 차단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불발로 끝나나 싶었던 만세운동은 일신여학교에서 다시 불이 붙었다.
부산지역 최초 근대 여성 교육시설이기도 한 일신여학교는 현재 '동래여고'의 전신이다.

일신여학교에서는 이미 하루 전인 3월 10일 밤 만세운동이 예정됐지만 경찰의 해산으로 불발로 끝나는 듯했다가 11일 밤 실행된 것이다.
일신여학교 교사 주경애와 박시연, 학생 김반수와 심순의 등 11명이 태극기를 들고 길거리로 나오면서 만세운동에 불을 붙였다.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주동자들은 다음 날인 3월 12일 체포됐고, 부산구치소로 옮겨졌다.
이들은 심문과정에서 고문을 당하고 나체로 신체검사를 받는 등 갖은 치욕을 겪었다.
이후 동래 봉기(3월 13일), 범어사 학생 의거(3월 19일), 구포시장 의거(3월 29일)가 잇따랐다.
부산 동구와 동구문화원은 오는 3월 11일 일신여학교에서 동구청까지 약 1.4㎞ 거리 행진 등 100년 전 만세운동을 재현한다.
이날은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전국 릴레이 횃불인 '독립의 횃불'이 동구에 도착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재현행사 참석 예상 인원은 2천500명이다.
부산 동구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부산·경남 만세운동 효시인 일신여학교 만세운동을 기리고, 독립운동 산실인 동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지정문화재 제55호인 일신여학교는 1905년 건평 60평 2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현재 부산지역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 중 가장 오래됐다.

'구포장터 만세운동'은 부산 구포지역 유지와 노동자, 농민, 상인 등을 중심으로 장날에 일어났다. 부산부와 동래읍 만세운동이 학생들 중심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구포장터 만세운동은 특정 계층에 국한했던 만세운동이 부산사람 모두에게 들불처럼 번진 정점에 있었다.
100년 전인 당시 구포시장은 부산 대표 번화가였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인근 경남과 울산 등지에서 수천 명 인파가 몰렸다.
1919년 3월 중순 경성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던 24세 양봉근은 부산으로 내려와 자신보다 5살 많은 구포면 서기 임봉래를 찾아간다.
이미 천안과 서울 등지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고, 구포와 인접한 동래에서도 일신여학교 등을 중심으로 만세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던 때였다.
두 사람은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만들고, 의거 전날 밤 큰 태극기 하나와 '대한독립 만세'라고 크게 쓴 현수막도 만들었다.
드디어 장날인 3월 29일 정오를 기점으로 두 사람은 다른 청년 동지들과 함께 비밀리에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나눴고, 장꾼 1천여명까지 합세해 순식간에 만세 함성이 장터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일부는 만세운동을 위해 철시(輟市)를 호소하며 장꾼들을 지휘하기도 했다.
경찰은 독립선언서를 뿌리던 주동자 11명을 곧바로 주재소(현 구포1치안센터)로 연행했다.
이 소식을 들은 상인들은 주재소로 달려가 분노했다.
당시 일본 군경 3명과 한국인 경찰 1명이 중상을 입었고, 시위 군중에서도 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재판에 회부된 인물은 42명으로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었다.


낙동문화원 관계자는 "구포장터 만세운동은 상업 중심지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세운동이었다는 의미가 있다"며 "3·1 운동 이후 독립운동에 계속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부산 북구는 21년 전부터 구포 만세길, 3·1 만세운동 기념비, 낙동강 구포 나루 등지에서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하고 있다.
올해 구포장터 만세운동 재현행사는 3월 30일 열린다.
pitbull@yna.co.kr,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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