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아직 나를 어려워해…생애 처음으로 수다 떨고 있어요"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양의지(32·NC 다이노스)는 최근 자주 농담을 던진다.
과묵한 그에게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후배를 만나면 일부러 말을 건네고, 익숙한 얼굴의 선배 혹은 코치를 보면 반가워서 자신도 모르게 입이 열린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레이드파크에서 만난 양의지는 "생애 처음으로 수다를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에도 후배들을 발견하면 "야, 너 몇 번 치고 싶어" 등의 농담을 던졌다.
'당대 최고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는 지난해 12월 NC와 4년 125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2006년 입단해 2018년까지 뛴 두산 베어스를 떠나는 건, 힘든 결정이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했다.
하지만 20일 가까이 스프링캠프에서 NC 선수들과 생활하며 적응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다.
양의지 자신이 노력하기도 했고, 주위에서도 도왔다.
다행히 양의지와 인연이 있는 '전직 두산맨'이 NC에 있다.
용덕한 배터리 코치는 2010, 2011년 두산에서 양의지와 함께 포수로 뛰었다.
양의지는 "당시 포수 선배셨던 용덕한 코치님이 (2012년) 롯데 자이언츠로 떠나실 때 정말 아쉬웠다. 그래서 평소에도 전화를 가끔 드렸다"고 전했다.
용덕한 코치와 양의지는 훈련 시간 내내 붙어있다. 양의지는 "내가 어릴 때도 용덕한 선배께 많이 배웠다. 지금도 용덕한 코치님께 배운다.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야수 손시헌과 양의지는 2010∼2013년, 4시즌 동안 두산 1군에서 함께 활약했다.
손시헌은 "그때 나와 의지는 두산의 하위타자였다. 지금은 양의지만 중심타자다"라고 웃었다.
양의지는 "손시헌 선배가 나보다 먼저 NC와 FA 계약(2014년 입단)을 했다. NC 생활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고 전했다.
양의지는 "용 코치님, 손 선배 외에도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외롭지 않다. 매우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고 웃었다.
코치, 선배의 환영을 받은 양의지는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그는 "후배들이 나를 어려워하더라.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캠프 기간 내내 한 마디도 못 나눌 것 같은 후배가 있어서, 내가 먼저 말을 건다.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지금은 내가 말을 걸고, 농담을 던지는 게 익숙해졌다"고 웃었다.
양의지는 공수를 겸비한 '당대 최고의 포수'다.
양의지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0.358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23홈런을 칠 정도로 장타력도 갖췄다.
양의지는 도루 저지에서도 0.378로 1위를 차지했다.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투수 리드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양의지는 최다 득표(유효표 349표 중 331표, 94.8%)를 달성하며 황금장갑을 손에 넣었다.
NC는 양의지를 영입하며 안방을 강화했다.
여기에 후배들에게 퍼질 '양의지 효과'도 기대한다.
이호준 NC 타격코치는 "양의지는 정말 간결하게 스윙한다. 저렇게 스윙하고도 공을 멀리 보내는 걸 보고 후배들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양의지는 "경기력이 좋아야 후배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며 "내 나름대로 강행군을 하고 있는데 다행히 잔부상도 없이 캠프를 치르고 있다. 평가전을 치르며 실전 감각만 키우면 최상의 상태로 정규시즌 개막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가장 걱정했던 '팀 적응'은 마쳤다. 양의지를 향한 NC의 기대는 커져만 간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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