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벌금 500만원…법원 "정식재판 불가피" 검찰 처분 제동
당시 경쟁률 31.67대 1…면접 비중 25% 달할 만큼 중요한 관문
법조계 "입시 비리 사건은 사회적 파장 고려해 신중해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대학교수가 재직 중인 의대에 아들을 편입시키려고 면접시험 문제를 빼돌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벌금형 약식기소 처분을 내려 적절성 논란이 인다.
특히 담당 법원조차 입시 비리 사건 비중을 고려해 정식재판이 불가피하다며 검찰 처분에 제동을 걸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된 고신대학교 의대 김모(58) 교수를 정식재판에 넘기도록 했다.
19일 고신대학교와 경찰 등에 따르면 고신대 의대 산부인과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의과대학 편입시험 면접문제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A씨와 짜고 면접 문항과 모범답안을 빼돌려 아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김 교수 아들은 면접에서 모범답안을 그대로 답하는 바람에 면접관들로부터 문제 유출 의혹을 샀다.
당시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편입학 시험은 3명 모집에 95명이 지원해 경쟁률 31.67을 기록했다.
고신대 의과대학 편입학 전형에서 면접은 25%를 차지해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학교 측은 김 교수 아들을 불합격 조치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고신대 의과대학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고 휴대폰을 압수해 수사를 벌였고 A씨가 김 교수에게 시험지를 전달한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김 교수와 A씨 자백을 받은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문제는 검찰이 김 교수와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하면서 불거졌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법원에 정식 공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칙적으로 서면 심리만으로 재산형(벌금·과료)을 부과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법정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이 약식절차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정식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입시 비리 사건은 따져볼 사안이 많고 죄질이 중해 약식명령으로 처리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재판에 넘기는 것은 약식기소된 범죄사실 성립에 큰 의문이 있는 경우나 죄질 사안의 경중 등에 따라 벌금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결정된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 단순 업무방해 혐의가 아니라 입시 비리와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의 약식기소 처분은 안일한 판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 업무방해일 경우 약식기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입시 비리에 관련된 업무방해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은 약식기소 자체를 솜방망이 처벌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접 단계에서 발각된 사안이라서 검찰이 징역형까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했을 때는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은 구속기소 돼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고3 전 과목 시험지를 유출한 광주 모 학교 행정실장과 학부모도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특히 편입학 전형에서 의사 자녀 합격률이 높은 것을 두고 의과대학 곳곳에 입시 비리가 퍼져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지역 의과대학을 졸업한 한 전공의는 "의대 편입학이 수능을 거쳐 입학하는 것보다 더 힘든데 유독 의사 자녀가 많이 합격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의대생들이 많다"며 "솜방망이 처벌로는 입시 비리를 근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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