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란·사우디 고위 인사 잇단 방문에 존재감 과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의회 의장과 외무장관, 석유장관 등 핵심 고위 인사가 19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 양국의 우호와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유지를 다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이란의 전 세계적 관계에서 중국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며 "중국과 관계는 우리에게 매우 고귀하다"고 말했다.
이에 왕 부장은 자리프 장관의 17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을 거론하면서 "TV를 통해 귀하가 얼마나 이란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 애쓰는지 알 수 있었다"며 "수억의 중국 시청자가 그 장면을 봤기 때문에 이제 중국에서 유명인이 됐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내 오랜 친구와 깊게 소통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통해 양국의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와 신뢰가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란이 서방의 제재로 압박받을 때 이란과 무역뿐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이란을 옹호하는 역할을 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국이자 교역국이다.
2015년 이란 핵합의가 타결된 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중국을 "어려울 때 곁에 남은 진정한 친구"라면서 중국 기업의 이란 진출을 최우선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2016년 1월 핵합의가 이행된 직후 이란을 가장 먼저 방문한 해외 정상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특히 이란 고위 대표단의 이날 중국 방문은 공교롭게도 이란의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하기 이틀 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중국은 이란의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사우디와도 밀접한 관계다.
좀처럼 해외를 찾지 않는 살만 사우디 국왕은 2017년 3월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정상 방문해 60억 달러 규모의 교역투자 협정을 맺었다. 이에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부총리도 5개월 뒤 사우디를 답방, 200억 달러의 합작펀드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무함마드 왕세자가 배후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을 때 중국은 서방이 대거 불참한 리야드 국제경제회의에 더 많은 기업인을 보냈다.
사건 두 달 뒤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서방의 정상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기피하는 분위기였으나 시 주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와 공개적으로 만났다.
무엇보다 중국은 사우디에서 두번째로 원유를 많이 수입한다.
파키스탄, 인도, 중국으로 이어지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아시아 순방 경로가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는 '숨통'인 에너지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라는 점에서 이란을 고립하려는 의도가 섞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 러시아와 달리 중동 현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지만, 중동의 양대 패권국인 이란과 사우디 고위 인사의 잇따른 방문으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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