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유대인 혐오범죄 잇따라…항의 시민행진 전국서 열린다

입력 2019-02-19 23:55  

佛 유대인 혐오범죄 잇따라…항의 시민행진 전국서 열린다
알자스지방 유대인 묘지, 나치 하켄크로이츠 문양으로 대거 훼손
마크롱 "공화국에 대한 공격" 비난…직접 현장 점검 나서
파리 등 대도시서 유대인혐오 범죄에 항의 시민행진…전직 대통령들도 참석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한 유대인 묘역에 나치 문양 낙서가 대거 그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유대인 혐오 정서가 급격히 확산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저녁 파리와 등 전국 대도시에서는 전·현직 대통령과 총리 등이 동참해 유대인 혐오범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민행진이 열린다.
19일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동부 독일 접경지역인 알자스지방의 소도시 카첸하임의 마을 묘지에 나치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스와스티카) 낙서가 등장했다.
유대인 묘역인 이 묘지의 묘비 80여개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졌다. 일부 묘비에서는 독일어로 '검은 알자스의 늑대들'이라고 쓰였는데 이는 1970년대 신(新)나치 그룹과 연계돼 활동한 프랑스의 극우 분리주의 단체를 의미한다.
알자스지방에서 유대인 혐오범죄가 일어난 것은 두 달 만이다. 지난해 12월에도 스트라스부르 인근의 한 유대인 묘지의 40여개 묘비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물이 훼손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용의자들을 쫓고 있다.
수도 파리에서도 최근 '노란 조끼' 연속시위 국면에서 작년 타계한 유대인 혈통의 여성 정치가 시몬 베이의 얼굴 사진에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지기도 했다. 또 일부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시민이 노란 조끼 시위에 참여해 유대인 혈통의 유명 철학자 알랭 팽키엘크로를 "더러운 시오니스트"라고 비난하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프랑스 내무부는 작년 전국에서 발생한 유대인 혐오범죄 건수가 한 해 전보다 74%나 급증했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유대인 커뮤니티가 가장 큰 나라다.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점령하에서 유대인을 색출해 아우슈비츠 등 수용소로 보낸 경험이 있는 프랑스는 이후 유대인 혐오 발언 등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조지아의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국민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모욕과 협박을 당하고 다치거나 살해당한다면 그것은 공화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마크롱은 이날 나치 문양 낙서로 훼손된 알자스지방의 유대인 묘역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20일에는 프랑스 유대인 단체들과의 연례 만찬에서 유대인 혐오범죄 확산에 대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대인 혐오범죄에 항의하는 집회들도 이날 프랑스 전국 10여개 대도시에서 열린다.
수도 파리에서는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리는 행진에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각료들과 함께 참석하기로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함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 마크롱 대통령도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민행진과 별도로 리샤르 페랑 하원의장과 제라르 라셰 상원의장도 파리의 쇼아(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해 추모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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