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고에도 베네수 군부, 마두로에 '충성'…"죽음도 불사"

입력 2019-02-20 04:51  

트럼프 경고에도 베네수 군부, 마두로에 '충성'…"죽음도 불사"
파드리노 국방장관 국영TV서 결사항전 재다짐…마두로 "트럼프는 나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군부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편에 설 것을 종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에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충성을 재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국영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야권이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고 새 정부를 강요하려면 군부를 죽여야 한다며 정권에 대한 충성과 결사 항전을 재다짐했다고 로이터·AFP 통신이 보도했다.
여러 군사령관을 대동한 채 모습을 드러낸 파드리노 장관은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이 되려고 시도하는 이들은 우리의 시신을 넘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 군은 잠재적인 영토 침범을 막기 위해 국경을 따라 주둔하며 경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장교들과 군인들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무한한 순종과 복종,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며 "그들은 어떠한 외국 정부의 명령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드리노 장관은 과이도 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 이후 수차례 과이도가 미국의 지원 아래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다짐,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과이도 의장이 사면을 거론하며 군부의 정권 이탈을 회유하고 있지만 군부의 별다른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도 전날 베네수엘라 군부의 정권 이탈과 '베네수엘라의 새로운 날'을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통첩을 거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행태가 흡사 나치와 같다고 비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영TV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거의 나치 스타일"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군부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군부의 사령관은 누구냐? 마이애미에 있는 트럼프인가?"라고 반문한 뒤 "그들(미국)은 자신들이 우리나라의 주인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미국 마이애미 플로리다국제대학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미국인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베네수엘라 군부를 향해 "과이도 대통령의 사면 제안을 받아들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이도 의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사회주의의 종말'을 선언하면서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남미 사회주의·공산주의 정권들을 통째로 겨냥하는 동시에 미국 내 진보 진영을 간접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은 과이도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지난달 28일 자국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경제제재 조치를 단행하며 마두로 정권을 향한 압박 작전에 착수한 상태다. 이어 마두로 측근 5명도 제재하는 등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 인도주의 원조 물품 반입을 두고 마두로 대통령과 대립해온 과이도 의장이 최근 열린 집회에서 오는 23일 구호 물품이 반입될 것이라며 마두로 정권과 정면 대결을 예고, 원조 물품 반입 여부가 향후 정국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여야는 지난 7일 이후 미국 등이 지원한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공한 원조 물품은 현재 베네수엘라와 국경이 접한 콜롬비아 쿠쿠타와 브라질 북부, 카리브해의 네덜란드 식민지인 쿠라사우 섬의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이도 의장은 이날 여러 건의 트윗 글을 올려 국경 검문소를 지휘하는 군 간부들을 호명하며 마두로 대통령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야권은 표면적으로 경제난에 따른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원조를 통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과 군부 이탈을 내심 바라고 있다.
반면 마두로 정권은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콜롬비아와의 국경 다리에 화물 컨테이너 등 장애물을 설치하고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특히 미국이 각종 제재로 베네수엘라에 300억 달러(약 33조8천억원)가 넘는 손실을 안겨놓고선 소량의 인도주의 원조를 보내는 것은 이중적이며 '정치적인 쇼'라고 비판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유력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은 무효라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대선 당시 주요 야당이 불참 선언을 한 가운데 일부 야권 후보가 출마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 과이도 의장은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 베네수엘라에서는 사상 초유의 '두 대통령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0여 서방국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반면에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국제 대리전' 양상도 띠고 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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