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교에 일본인 교장·교사 사진 게시…친일경력자가 교가 만든 학교도 31곳
(예산=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도교육청이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각급 학교 안에 남아있는 일제 식민지 잔재 청산작업에 나선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20일 충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도내 713개 초·중·고교를 전수조사한 결과 29개 학교가 일본인 학교장 사진이나 일장기·칼을 찬 일본인 교사의 사진을 중앙 현관·계단 벽면·복도 등 공개적인 장소에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일경력자가 교가를 작곡·작사한 학교도 각각 31개교에 달했다.
이들 학교는 친일파 작곡가인 김동진·김성태·이흥렬·현제명이 작곡에 참여하거나 김성태·이원수 등 친일 작가가 가사를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생활규정에도 항일 운동을 탄압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6개 중·고교가 일제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선택했던 항거 방식인 백지동맹(전교생 시험 거부), 동맹휴학(식민실업교육 거부) 등을 학생에 대한 징계 항목으로 정해 처분하고 있었다.
이밖에 1970년대 이전 개교한 학교의 상당수가 성실, 근면, 협동 등 식민지 지배에 순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강조했던 덕목을 교훈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교육청은 먼저 다음 달 초 개학 이전에 학교에 게시된 일본인 교장 사진을 철거한 뒤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지철 교육감은 "일제 강점기 교장도 학교의 역사라는 주장도 있지만 교내에 사진을 게시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표상이 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 만큼 일본인 교장을 표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가 가사에 담긴 식민 잔재를 연상시키는 부적절한 내용은 즉시 고치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가의 교체 등을 권고할 방침이다.
학생 생활규정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독재 정권의 잔재인 '반국가적', '불온', '이적 행위' 등의 표현도 고치도록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낼 방침이다.
김 교육감은 "학교 상징이나 교표도 한자나 영어를 쓰는 곳이 많은데 한글을 형상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교훈 역시 학생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교훈을 제정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오는 26일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에서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과 새로운 학교문화'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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