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념관' 험로…착공 2년 지연 속 새 부지 찾을 수도

입력 2019-02-20 13:44  

'오바마 기념관' 험로…착공 2년 지연 속 새 부지 찾을 수도
법원, 입지·적법성 문제 삼은 시카고 시민단체 쪽에 힘 실어줘
오바마 측, 전례 깨고 민간시설 구상…'차세대 오바마' 양성센터 희망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카고 미시간호 주변 국립사적지에 개인 기념관을 지으려는 구상이 착공 예정 시기로부터 2년이 지나도록 구체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악재가 닥쳤다.
미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시카고 연방법원) 존 로버트 블레이키 판사는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시민단체가 오바마 기념관의 입지와 적법성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소송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시카고 시민단체 '프로텍트 아워 파크스'(POP)는 시카고 시가 1974년 미 국립사적지로 등재된 잭슨파크 일부를 민간시설인 오바마 기념관 부지로 내준 데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시 당국이 최근 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했으나 블레이키 판사는 이를 거부했다.
허버트 캐플란 POP 대표는 "블레이키 판사가 POP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 재판이 진행되도록 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승리"라고 반겼다.
블레이키 판사는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지 언론은 이번 판결로 이미 2년 이상 늦춰진 오바마 기념관 착공이 더 늦춰질 수 있고 심지어 오바마 측이 새로운 부지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POP는 "공공부지 잭슨파크 내 8만㎡의 땅을 민간단체 '오바마 재단'에 무상으로 내주는 것은 일리노이 주 법과 시카고 시 조례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오바마 측이 '대통령 기념관'을 앞세워 시민 자산인 잭슨파크에 대한 사용 권한을 얻었지만 이후 건립 목적을 바꿨다며 '오바마 센터'는 사실상 미 국립 대통령 기념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전례를 깨고 기념관을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민간시설로 지어 '차세대 오바마' 양성센터로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시카고 시 측은 "오바마 센터는 시카고 주민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영구 일자리 2천500개가 생기고, 연간 방문객은 76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POP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시카고 건립은 얼마든지 환영"이라며 오바마 측이 최종 후보지 중 한 곳으로 발표했던 저소득층 흑인 밀집지구인 워싱턴파크 등 대안 부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측근 람 이매뉴얼 시장과 시카고 시의회는 지난해 잭슨파크 부지 용도변경을 승인하고 오바마 측이 이 땅을 99년간 단돈 10달러(약 1만원)에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념관 단지에 특급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민들이 애용해온 주요 도로 일부 구간을 폐쇄하기로 했다. 도로 재배치 예산 1억7천500만 달러(약 2천억 원)는 일리노이 주정부 도로건설 기금에서 충당된다.
일각에서 "납세자 부담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는 부지 인근 주민들이 요구한 '지역혜택협약'(CBA) 서명을 거부, 원성을 샀다.
또 오바마 기념관 건립사업은 미국 환경정책법(NEPA) 및 사적지 보존법(NHPA)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받고 있으며 연방 당국은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건립사업 지지자들은 계속되는 지연에 오바마 기념관이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커스 감독의 영화 박물관 건립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루커스 감독은 2014년 시카고 미시간호 주변 관광요지를 박물관 부지로 발표하고 건립사업을 추진했으나, '미시간호 주변 보호 조례'와 '공공신탁이론'을 들어 부지 이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소송전을 벌이다 2016년 계획을 철회했다.
오바마로서는 애초 퇴임 직후 기념관 건립 공사에 착수, 빠르면 2020년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갈 길이 더 멀어진 셈이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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