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세연 인턴기자 = 땡땡(Tintin) 탄생 90주년 회고전 '에르제: 땡땡'전이 열린 지난달 13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시장 한곳에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촬영을 위한 삼각대와 다양한 소품까지 준비돼있었다. 관객들은 전시물 속 캐릭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 공간에 대해 전시회를 준비한 인터파크 전시사업팀 관계자는 "(관객들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자유롭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요즘 전시회에서는 '찰칵' 소리가 익숙하다.
사진을 찍으며 전시물을 감상하는 것이 하나의 감상 방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작품 앞에서 셀피(셀카)를 찍으며 전시를 즐긴다. 전시회에 다녀오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에르제: 땡땡'전을 보러온 강혜진(24)씨는 지인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 해당 전시회를 방문했다고 했다. 강씨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해 사람들과 공유한다"며 "오늘도 전시를 관람하고 게시물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미술부 관계자는 "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SNS 이용자이기 때문에 (미술관도) 그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시업계는 전시회를 기획할 때부터 SNS 효과를 고려한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시각적 존재)한 전시가 늘고 있는 것.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는 '너의 프사(프로필 사진)를 책임져줄 전시회 추천', '찍기만 하면 인생샷 건지는 전시회'와 같은 게시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김은아 국립현대미술관 뉴미디어홍보 담당자는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중심의 매체라서 전시의 홍보에 효과적"이라며 "사진 찍는 소리가 관람에 방해될 수는 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전시의 문턱을 낮추는 등의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시회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이우진(24)씨는 "작품을 감상하려고 다가가면 내가 다른 이의 사진 앵글에 들어갈 것 같아서 관람하기에 불편했다"며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이들은)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자기 사진이 잘 나오는 것이 최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한 '인스타용 전시'가 성행하면서 일각에서는 많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전시회의 전시물이 질적으로 우수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얄팍한 소통보다 관객과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전시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시기획자 원천보씨는 "콘텐츠의 가치나 의미에 대한 고찰 없이 인스타그래머블한 요소로만 전시회를 채운다면 관객들이 실망하고 결국 (전시회의) 수명을 단축하게 될 것"이라며 "전시기획자들 스스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희 대림미술관 실장은 "작품의 경이로움이나 감동, 깨달음 등을 느꼈을 때 그 전시회를 오래 기억하고 싶어지고,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 하게 될 것"이라며 "포토존을 잘 만드는 게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니라 잘 만든 전시회가 우선"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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