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중대 채용 비리 182건이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지난 3개월간 실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에서 이렇게 나왔다. 정부는 부당청탁·부당지시 또는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있는 36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고 중대 과실이나 착오가 있었던 146건에 대해서는 징계·문책을 요구키로 했다. 수사 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모두 288명에 이른다고 한다.
비리 내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난장판 수준이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점수가 나쁜데도 임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사장의 아들을 단기 계약직으로 입사시킨 뒤 관련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인턴사원으로 채용한 다음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관련 자격증이 없는데도 직원 자녀, 자매, 조카를 합격시키기도 했다. 면접일에 나오지 않은 사람에게 추가로 면접기회를 줘서 최종적으로 선발한 사례도 있었고, 나이가 어려서 이직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특정인을 탈락시키기도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불법적 행위를 저지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수년간 밤낮으로 준비를 해왔던 그 많은 청년을 우롱하고 짓밟는 중대범죄다.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채용 비리 관련자를 적발하고도 경징계인 견책을 내리거나 훈계 조치하는 경우도 있었다니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앞으로 관련 법규 등을 정비해 취업 비리 관련자들은 해당 조직에서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관 내부 구성원들도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은밀하게 진행되는 이런 비리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기관장과 임원을 선임할 때 벌어지곤 하는 낙하산 인사도 없애야 한다. 역대 정부들이 공공기관을 대통령선거 전리품으로 간주하고 낙하산인사를 당연시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중간간부나 실무자들도 도덕적 불감증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공공기관의 사장과 임원의 선임부터 공정해야 해야 직원 입사 관련 기강도 바로 선다. 전문성과 경영능력, 개혁성 등은 없이 권력에 줄을 대서 공기업의 중요 자리를 꿰차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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