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 소굴 가며 "네잎 클로버, 행운의 부적이 날 지켜"
"셀피족 몰려들어도 말리지 마"…보좌관들 '안절부절'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5)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멕시코 출신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고향이자 그가 이끈 마약 카르텔의 본거지인 북서부 시날로아주 바디라과토시로 출장을 갔다.
미국 뉴욕에서 재판을 받는 구스만이 유죄 평결을 받은 날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는 구스만의 고향을 찾아 지역 개발을 약속했다.
특히 주목할 일은 출장을 가는 그만의 방식이다.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딴 암로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는 그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시간가량 항공기를 타야 하는 이번 출장에 비좁은 엠브라에르 제트기의 이코노미석에 앉았다고 AFP통신이 19일 전했다.
암로의 대선 공약에는 호화로운 대통령궁 대신 자택에서 생활하고, 대통령 월급 삭감과 면책특권 폐지 등을 포함해 대통령 전용기 매각도 있었다.
실제로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2억1천800만달러짜리 대통령 전용기인 보잉사의 드림라이너 787-8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암로는 이번 출장때 평소 지니고 다녔던 네잎 클로버 등 행운의 부적을 소지하고, 무장하지 않은 5명의 보좌관만 동행했다.
보좌관 중 경호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암로는 자신이 움직일 때 수천 명의 군인이 에스코트(escort)해오던 관례도 없앴다.
암로가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타는 절차를 밟을 때부터 공항 경찰 등 관계자들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암로를 알아보고 셀프카메라를 찍으려는 이른바 셀피족들이 우르르 몰려들지만, 무장 경호원도 없는 암로는 무조건 '오케이'하면서 다 받아주기 때문.
심지어 사람들이 볼에 입을 맞추고 와락 껴안거나 허리를 잡는 등 신체적인 접촉을 하지만 암로가 이를 제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보좌관들은 안절부절못할 뿐이다.
보좌관들이 시날로아 출장 내내 한 일은 여행객 또는 기자들이 몰려들면 '좀 비켜달라'고 사정하는 것뿐이었다.
암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마약 조직의 본거지인 시날로아를 간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는 든든한 방패가 있다면서 예수의 심장을 의미하는 '성심'(聖心) 이미지를 AFP통신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는 또 멕시코 이민자에게 받은 1달러짜리 지폐도 '부적' 삼아 지니고 다닌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뒤 전통적인 의전 관행을 없앤 중도좌파 성향의 암로의 행보는 80%대에 이르는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항 경찰관은 "사람들이 몰려드는데도 말리지 말라고 해서 난감하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는 없다. 공항에 올 때는 VIP룸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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