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훔치기로 경기 늘어지자 초강수…생중계 화면도 각 팀 1명에만 제공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올 시즌부터 '사인 훔치기'를 강력하게 규제한다.
이는 경기 소요 시간을 줄이려는 스피드업과 관련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MLB 사무국이 각 구장 외야에 비방송용 비디오카메라 설치를 금지하고 구단 내부 비디오 화면 사용도 규제하는 '사인 훔치기' 방지 규정을 도입한다고 20일(한국시간) 단독 보도했다.
이 규정을 어긴 팀은 신인 지명권과 국제 선수와 계약 때 사용하는 계약금을 잃는다.
MLB 사무국은 고화질 카메라로 상대 팀 사인을 훔치는 일이 빈번해져 경기 시간이 늘었다며 이를 규제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A 팀은 B 팀 포수의 사인을 간파하고자 외야 중앙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B 팀은 A 팀의 수작을 알고 알아채지 못하게 사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심지어 주자가 누상에 없을 때도 어려운 사인을 낸다.
경기 상황에 따라 사인은 수도 없이 바뀌고, 결국 경기는 한없이 늘어진다.
SI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6개 팀이 사인을 훔치려고 외야 가운데 펜스 뒤에 자체 카메라를 설치했다.
MLB 사무국의 새 규정이 도입되는 올해부터 각 구장 외야엔 해당 경기 중계방송사의 카메라만 놓인다.
MLB 사무국은 이런 내용을 담아 5장짜리 규정 변경 초안을 작성했다.
개정된 규정 초안은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에 의해 바뀌는 게임 추세에 맞도록 2루 주자 외에도 더그아웃, 불펜 등 필요한 어떤 곳도 사인을 훔칠 순 없다'고 사인 훔치기 방지를 적시했다.
MLB는 각 구단 단장, 감독에게 새 규정을 준수해달라고 개별 접촉 중이며 앞으로 매 시즌 전후 각 구단 단장과 감독은 팀이 '반(反) 사인 훔치기'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내용에 서명도 해야 한다.
각 구단 선수, 관계자만 볼 수 있는 내부 화면의 사용도 엄격히 금지된다.
MLB 사무국은 경기 생중계 화면을 각 팀의 지정된 비디오판독관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다.
팀 지정 비디오 판독관은 경기 중 모호한 판정이 나올 때 비디오 판독 신청 여부를 감독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
MLB는 또 팀 지정 비디오 판독관들이 사람, 전화, 또는 다른 장치를 거쳐 팀 관계자들과 사인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고 감시할 특별 모니터도 이들 옆에 설치하기로 했다.
MLB 사무국은 불펜과 클럽하우스에 있는 TV에 생중계 화면을 8초 늦게 송신할 참이며 각 구단에 더그아웃과 클럽하우스 사이 이동 통로와 보조 룸에 설치된 TV 모니터를 모두 떼라고 지시할 예정이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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