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조던 "안 보이는 환경문제 시각화하는 게 의무"

입력 2019-02-20 19:26  

크리스 조던 "안 보이는 환경문제 시각화하는 게 의무"
성곡미술관서 국내 첫 개인전…사진·영상 64점 공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반짝인다. 중심에는 은하수 같은 밝은 별 무리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별이 아니라 전구다. 미국에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매분 낭비되는 전력이 32만㎾라는 점을 고려해 백열전구 32만 개로 만들어낸 창의적 이미지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천착하는 미국 출신 사진작가 겸 다큐멘터리 감독 크리스 조던(56)은 이처럼 아름다움 너머에 존재하는 현대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22일 개막하는 개인전 '아름다움 너머'(Intolerable Beauty)를 맞아 한국을 찾은 조던은 20일 간담회에서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해양오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문제를 시각화하는 것이 (작가로서) 의무"라고 말했다.
작가는 "환경에 관심을 두고 연구할수록 인간 문화가 이 세계를 파괴하는 양상이 큰 충격과 공포로 다가온다"며 "과학자들은 인류가 극단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일궈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람객이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을 경험한다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동기가 생겨날 것"이라며 자신의 작품이 뚜렷한 목적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던은 진중하고 심각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작품은 유명한 그림이나 대중매체에 존재하는 상징 코드를 차용해 친근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예컨대 비닐봉지 24만 개로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을 재현하고, 수많은 휴대전화로 일정한 패턴을 연출한다.
작가는 이러한 상징에 대해 "무의식을 여는 열쇠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던의 작품 가운데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촬영한 조류 앨버트로스의 사진과 영상은 충격적이다. 죽은 앨버트로스 배에서 나온 플라스틱 조각은 화석처럼 보이고, 어미새는 아기새에게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먹이로 준다.
그는 2008년 처음 섬을 찾은 뒤 8년간 오가며 앨버트로스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필름에 담아 1시간 37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텍사스대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시애틀에서 약 10년간 변호사로 일하다 작가로 전직한 그는 "변호사는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전했지만, 마음속에 공허함이 있었다"며 "두려움 속에서 예술가라는 삶을 선택한 뒤 활력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환경과 생태라는 주제를 단순히 윤리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며 "많은 미술관이 생명과 관련된 심각한 현대미술을 소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재단법인 숲과나눔이 주최했으며, 사진과 영상 64점이 출품됐다. 5월 5일까지. 입장료는 성인 8천원, 청소년 5천원, 어린이 3천원. 문의 ☎ 02-737-8643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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